[해남 미황사서 禪수행 외국인들 만나보니…]“30시간 날아와… 끝까지 용맹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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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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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집중하니 온몸에 에너지가…”

부산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연단 앞)은 전남 해남군 미황사 대웅보전에서 외국인 수련자들을 상대로 간화선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목숨 걸고 화두에 매달리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해남=민병선 기자
부산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연단 앞)은 전남 해남군 미황사 대웅보전에서 외국인 수련자들을 상대로 간화선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목숨 걸고 화두에 매달리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해남=민병선 기자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는 전남 해남군 미황사에서는 24일까지 미국 영국 브라질 등지에서 온 외국인 10명이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을 체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발우공양, 예불 등 외국인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있었지만 스님들도 어려운 간화선 수행은 이례적이다.

이 행사는 간화선을 주제로 한국불교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미황사 홈페이지의 공고를 보고 참여한 외국인들은 부산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서울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 미국 햄프셔대 비교종교학과 교수 혜민 스님의 지도와 통역으로 7박 8일간 한국불교의 정수를 경험한다.

미산 스님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남방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혜민 스님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한국불교의 특징을 두루 이해하는 두 스님의 도움으로 외국인들은 어려운 간화선에 도전했다.

수행 나흘째인 20일 오전 수불 스님은 법문은 통해 “간화선은 어렵지만 여러분도 용맹정진하면 정신의 벽을 충분히 깰 수 있다”며 “잡념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놔두고 오로지 화두를 치열하게 붙들고 늘어져라”라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간화선 체험 첫날인 17일 ‘내가 손가락을 튕긴다면 이 행동은 누가 한 것입니까’라는 화두를 참가자들에게 던졌다.

참가자들은 식사시간을 지키는 것 이외에는 자유롭게 생활했다. 수행 도중 잠이 오면 잠시 쉬거나 경내를 산책했다. 취침시간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수불 스님에게 전날 공부한 것을 점검받을 뿐이었다.

묵언수행 중 잠시 말문을 연 영국 사진작가 사이먼 해서웨이 씨(41)는 “19일 화두를 붙잡고 집중하던 중 온몸의 에너지가 솟아오는 것을 느꼈다”며 “그 뒤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간화선의 매력을 조금은 알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브라질에서 온 잉그리드 슈나이더 씨(60)는 “한국불교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30시간을 날아서 왔다”며 “조금이라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끝까지 용맹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산 스님은 “한국불교를 제대로 소개하는 책이 최근 10년 사이 많이 출간되면서 한국불교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다”며 “영어로 된 선수행 매뉴얼을 만들고 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다면 외국인들도 한국불교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가부좌 등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지도할 스님과 통역 문제를 해결해야 선의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8월 12, 13일 서울 동국대에서는 불교학술원 주최로 간화선의 세계화를 모색하는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 학술대회가 열린다. 행사에는 혜국 스님(전 전국선원수좌회 대표)과 수불 스님이 기조발제를,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로버트 샤르프 교수와 하버드대 제임스 롭슨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한다.

해남=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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