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화장달인 경지 오른 20대男들 “화장 이상한 여자 봐도 꾹 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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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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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계의 남성 파워 블로거 이병철-조용호-김진석 씨

《‘파데(파운데이션)를 펴 바를 때 결이 심하게 남아서 몇 번이나 OTL(좌절)했는지 모른다.’
‘양 볼과 이마, 코 부위에 (크림을) 콕콕 찍듯 골고루 나눠 바르면 된다.’
‘촉촉하고 마일드하게 발리긴 하는데 약간의 유분감이 있다.’
스 킨케어부터 메이크업까지 화장품에 푹 빠진 남자들을 만났다.
이병철(28·프리랜서) 조용호(26·대학생) 김진석 씨(29·취업 준비).
뷰티계의 남성 파워 블로거들이다.》


‘어린왕자’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이 씨의 블로그(blog.naver.com/piafpiaf)는 이웃이 2000여 명에 이르고 매일 1000∼2000명이 찾아온다. 그는 초등학생 때 보름치 용돈을 모아 배우 이영애가 광고하는 ‘UV 선 트윈 케이크’를 손에 넣었고 패션잡지에서 본 에스티로더 ‘갈색병’ 에센스가 사고 싶어 백화점을 기웃거렸다. 처음 에센스를 발랐던 순간, 그 편안한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청년이다. 200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했다.

조 씨는 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이다. 2009년 초에 시작한 블로그 ‘미로아의 지구 적응기’(blog.naver.com/ntoss)에 매일 1000명이 넘게 방문한다. 스무 살 때 컬러로션을 썼으며 이후 다크서클, 블랙헤드 등 피부 고민이 심해지자 화장품을 파고들었다.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유명한 제품 외에는 찾아보기가 어려워 사용한 제품의 리뷰를 올리면서 블로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 씨는 해외 출장이 잦은 아버지가 추천해준 비비크림을 사용한 뒤 화장품에 눈을 떴다. 화장품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화장품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슈머 대학생, 홍보사절단, 체험단 등의 기록을 남기면서 블로그(blog.naver.com/odyssey2513)를 키워왔다.

이들의 블로그에는 여성용 화장품에 대한 기록이 더 많다. “여성용 화장품이 피부에 더 부드럽게 먹히는 것 같아요. 남성용은 전반적으로 알코올기가 강하다는 느낌이고요.”(이 씨) “굳이 남녀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요.”(김 씨) “기초는 여성 화장품을 많이 써요. 향기가 더 좋거든요.”(조 씨)

여성용 제품에 대한 선호도 있지만 블로그 ‘흥행’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블로그 유입 인구 가운데 20대 초반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까닭에 여성용 화장품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소수의 남성 누리꾼은 10대가 주를 이룬다고 했다.

이들이 리뷰하는 제품의 상당수는 화장품 회사에서 제공한 것이다. 매달 평균 10개 정도의 상품을 받는다. 김 씨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점차 개인화하는 추세라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이 주목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1, 2년 전만 해도 화장품 회사에서 화장품을 주면서 꼭 포함해야 할 문구, 사진 크기, 태그 작성 등을 까다롭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제는 서너 개 제품을 주고 추천할 만한 제품을 리뷰하더라도 칭찬 일색보다는 솔직한 평을 써달라는 쪽으로 바뀌었다.

“좋다는 얘기만 쓰면 신뢰가 뚝 떨어지죠. 제공받은 제품이어도 안 좋은 부분은 지적해요. 또 좋다고만 써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요즘은 블로거들이 거절하는 편이에요.”(조 씨)

이들에게 화장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씨는 ‘파운데이션’을 꼽았다. “피부 표현이야말로 메이크업의 생명이니까요. 발리는 느낌, 발색력, 피부에 얼마나 편안하게 지속되는지 잘 살펴보죠. 밀착력이 좋고 화사해 보이는 일본 브랜드를 좋아해요. 보통 외출할 때는 메이크업 베이스, 트윈케이크로 화장하고요,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은 크림 파운데이션을 바른 뒤 화이트 색상 파운데이션으로 하이라이트를 줍니다.” 조 씨와 김 씨는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위해 비비크림을 쓴다”고 말했다.

조 씨는 “여성들이 화장품을 보여주는 데 너무 많이 투자를 한다”고 꼬집었다. “핸드백에는 값비싼 콤팩트를 넣어 다니고 집에서는 저렴한 로드숍 브랜드를 쓰는 사람이 많더군요. 화장품의 품질과 가격이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격이 싸도 품질 좋은 것이 많은데, 합리적인 소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김 씨가 “가격이 10배 비싸다고 기능이 10배 더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화장의 달인’들이지만 여자친구에게만큼은 화장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예쁘게 보이려고 한 화장인데, 이러쿵저러쿵하면 얼마나 싫겠어요.(웃음) 어떻게 화장했나, 뭐가 좀 이상한가 다 보이지만 아무 말 안 해요. 여자친구 이외에 다른 이성친구들은 이야기 통하는 상대라고 반색하지만요.”(조 씨)

화장하지 않고 다니는 여성에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질문했다. “게으른 사람. 뭐가 그렇게 바쁠까. 왜 자신에게 투자를 안 할까.”(김 씨) “집안에 무슨 일이 있나?”(이 씨)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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