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디자인뮤지엄에서 2월 17일 시작해 6월 6일까지 여는 ‘올해의 디자인’ 특별전. 3월 28일 오후 찾아간 전시장 중심에는 한국인 디자이너 최민규 씨(30·사진)가 만든 ‘접히는 전기 플러그’가 놓여 있었다. 최 씨는 가구디자이너 톰 딕슨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추천과 투표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 ‘부문 통합 최고상’ 수상자로 3월 16일 선정됐다.
올해 3회째인 이 전시는 건축, 패션, 가구, 그래픽, 인터랙티브(interactive), 제품, 교통 등 7개 부문별 대표작을 먼저 선정한 뒤 최종 우승자를 발표한다. 행사를 주최한 디자인뮤지엄의 애슐리 우드필드 홍보담당관은 “이 상은 적어도 영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디자이너가 최 씨의 실력을 인정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행 짐 싸다 크고 불편한 플러그에 투덜 필요한 것만 남기고 1cm두께 휴대용 개량
영국 플러그는 꼭지가 3개여서 덩어리가 크고 휴대하기 불편하다. 최 씨는 길이 5cm, 두께 3cm 정도의 뭉툭한 플러그를 1cm 두께의 휴대용으로 개량했다. 여러 개를 묶어 한 콘센트에 꽂는 ‘멀티 탭’ 사용도 가능하다. 이날 오후 런던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최고상 수상을 예상했나.
최민규 씨가 디자인한 ‘접히는 전기 플러그’. 크고 뭉툭한 영국 플러그에 꼭 필요한 부분만 남겨 편편하게 접을 수 있도록 했다(위). 접은 상태로 여러 개를 겹쳐 ‘멀티 탭’에 꽂을 수도 있다(아래). 사진 제공 한국디자인진흥원 “전혀 못 했다. 부문별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뜻밖이었다. 3월 16일 오전에 부문별 수상자를 모아놓고 우승자를 호명했다.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 하고 부스스한 차림으로 갔다가 친구에게 떠밀려 시상대에 올라갔다. BBC TV로 생중계됐는데 횡설수설했다.”(웃음)
―접히는 플러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6년 전에 여행 짐 싸던 중에 묵직한 플러그가 번거로워 투덜대다 생각했다. 최소한 꼭 필요한 것만 남기면 어떻게 될까. 가장 작은 크기로 접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렇게 착안하고 4년 전에 첫 시제품을 만들었다.”
―꼭지를 회전시킬 수 있게 만들어 편편하게 접는 것. 결과만 보면 간단한데….
“모양이 특이하거나 발상이 기발한 디자인보다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좋다.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를 존경하는데 그의 작품도 대개 그렇다. 가전제품 ‘브라운’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였다.”
―제품을 상용화하자거나 디자이너로 채용하겠다는 제안도 받았나.
“이번에 상을 받은 건 4번째 개량품이다. 6번째를 올해 하반기에 선보인 뒤 제품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몇 군데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우선은 영국에서 현장 업무로 경험을 더 쌓고 싶다. 이제 런던에 온 지 9년째지만 겨우 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웃음)
―계속 해외에서 활동할 생각인지….
“한국에 돌아갈 것이다. 아직 여기서 덜 배웠을 뿐이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우수한 디자인 인력에 더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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