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핵심은 기발함보다 심플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7일 03시 00분


최민규 씨, 英 ‘올해의 디자인’ 최고상 수상

영국 런던 디자인뮤지엄에서 2월 17일 시작해 6월 6일까지 여는 ‘올해의 디자인’ 특별전. 3월 28일 오후 찾아간 전시장 중심에는 한국인 디자이너 최민규 씨(30·사진)가 만든 ‘접히는 전기 플러그’가 놓여 있었다. 최 씨는 가구디자이너 톰 딕슨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추천과 투표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 ‘부문 통합 최고상’ 수상자로 3월 16일 선정됐다.

올해 3회째인 이 전시는 건축, 패션, 가구, 그래픽, 인터랙티브(interactive), 제품, 교통 등 7개 부문별 대표작을 먼저 선정한 뒤 최종 우승자를 발표한다. 행사를 주최한 디자인뮤지엄의 애슐리 우드필드 홍보담당관은 “이 상은 적어도 영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디자이너가 최 씨의 실력을 인정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행 짐 싸다 크고 불편한 플러그에 투덜
필요한 것만 남기고 1cm두께 휴대용 개량


영국 플러그는 꼭지가 3개여서 덩어리가 크고 휴대하기 불편하다. 최 씨는 길이 5cm, 두께 3cm 정도의 뭉툭한 플러그를 1cm 두께의 휴대용으로 개량했다. 여러 개를 묶어 한 콘센트에 꽂는 ‘멀티 탭’ 사용도 가능하다. 이날 오후 런던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최고상 수상을 예상했나.

최민규 씨가 디자인한 ‘접히는 전기 플러그’. 크고 뭉툭한 영국 플러그에 꼭 필요한 부분만 남겨 편편하게 접을 수 있도록 했다(위). 접은 상태로 여러 개를 겹쳐 ‘멀티 탭’에 꽂을 수도 있다(아래). 사진 제공 한국디자인진흥원
최민규 씨가 디자인한 ‘접히는 전기 플러그’. 크고 뭉툭한 영국 플러그에 꼭 필요한 부분만 남겨 편편하게 접을 수 있도록 했다(위). 접은 상태로 여러 개를 겹쳐 ‘멀티 탭’에 꽂을 수도 있다(아래). 사진 제공 한국디자인진흥원
“전혀 못 했다. 부문별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뜻밖이었다. 3월 16일 오전에 부문별 수상자를 모아놓고 우승자를 호명했다.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 하고 부스스한 차림으로 갔다가 친구에게 떠밀려 시상대에 올라갔다. BBC TV로 생중계됐는데 횡설수설했다.”(웃음)

―접히는 플러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6년 전에 여행 짐 싸던 중에 묵직한 플러그가 번거로워 투덜대다 생각했다. 최소한 꼭 필요한 것만 남기면 어떻게 될까. 가장 작은 크기로 접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렇게 착안하고 4년 전에 첫 시제품을 만들었다.”

―꼭지를 회전시킬 수 있게 만들어 편편하게 접는 것. 결과만 보면 간단한데….

“모양이 특이하거나 발상이 기발한 디자인보다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좋다.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를 존경하는데 그의 작품도 대개 그렇다. 가전제품 ‘브라운’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였다.”

―제품을 상용화하자거나 디자이너로 채용하겠다는 제안도 받았나.

“이번에 상을 받은 건 4번째 개량품이다. 6번째를 올해 하반기에 선보인 뒤 제품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몇 군데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우선은 영국에서 현장 업무로 경험을 더 쌓고 싶다. 이제 런던에 온 지 9년째지만 겨우 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웃음)

―계속 해외에서 활동할 생각인지….

“한국에 돌아갈 것이다. 아직 여기서 덜 배웠을 뿐이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우수한 디자인 인력에 더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

런던=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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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부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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