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다면, 부처님은 늘 우리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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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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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두번째 법문집 나와


“우리가 깨어 있다면, 나날의 삶 속에서 진리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지독송(受持讀誦·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읽고 외움)하고 있다면, 부처님과 우리 자신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2009년 5월 2일 부처님오신날 법문)

법정 스님(77·사진)이 두 번째 법문집을 냈다. 책 이름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문학의 숲)로 1992년 8월 28일부터 2009년 5월 2일까지 서울 성북동 길상사 법회, 미국 뉴욕 불광사 초청 법회, 안거 해·결제 때의 법문 36편을 모았다.

제자인 덕인, 덕현, 덕진 스님과 류시화 시인이 법문을 녹취하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꿨다. 책은 6월 초에 나와 13만 부가량이 팔린 첫 법문집 ‘일기일회(一期一會)’에 이은 완결편이라고 출판사는 밝혔다.

스님은 삶의 이치와 진리에 대해 법문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스님은 “변화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진리”라고 말했다. “지혜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것은 변화한다’라고 자각한다면 이미 큰 지혜에 이른 것입니다.”(2006년 12월 5일)

그러면서 종교에 매달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종교의 이름 아래 행해지고 있는 갖가지 일들에 대해 깨어 있는 정신으로 저항할 때, 종교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알게 된다”고 말했다.(1998년 9월 27일)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사회 이슈에 대한 따끔한 가르침도 여러 군데 깃들어 있다. 스님은 2006년 8월 8일 하안거 해제 때 “노사분규가 일어날 때마다 지나친 경우가 많다”며 “어지간히 해 두라는 가르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뉴욕 법회에서는 “자연이 잘 보존된 미국이 다른 나라의 자연은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2003년 10월 5일 법문에는 출가 당시의 소회가 담겨 있다. “20대 출가할 무렵, 저는 우주의 번뇌를 혼자 짊어진 것처럼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면서 물음을 토하곤 했습니다. 6·25전쟁으로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나니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이 젊은 영혼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떨려왔습니다.”

책의 끝부분에서는 죽음에 관한 스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삶을 배우듯이 죽음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살 때는 어깨가 뻐근하도록 전력을 기울여서 충만하게 살아야 합니다.”

스님은 강원도의 한 선방에 기거하고 있으며 한때 악화됐던 건강이 좋아져 12월 13일 길상사 창건 12주년 기념일에 법문할 예정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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