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밥줘’에 불가능한 설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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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납치 감금 불륜 의문사 귀신까지…“상식 벗어난 전개, 결국엔 외면”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 전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밥줘’. MBC 화면 캡처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 전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밥줘’. MBC 화면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8일 불륜과 패륜, 비정상적 가족관계를 다룬 드라마를 중점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MBC 일일드라마 ‘밥줘’(월∼금 오후 8시 15분)는 이런 ‘막 나가는’ 드라마의 하나로 손꼽힌다.

5월 25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외도하면서도 뻔뻔한 남편, 부부간 성폭행 설정 등으로 방영 초부터 손가락질받았지만 23일 종영을 앞두고 후반부로 갈수록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구성으로 이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남편의 불륜과 본처의 친정식구들이 내연녀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시작에 불과했다. 장모의 내연녀 납치와 감금, 아내와 내연녀의 한집살이, 내연녀에게 닥친 의문의 교통사고와 갑작스러운 죽음, 난데없는 귀신이 등장해 “엽기 가족드라마” “이해되지 않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이상한 드라마”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주인공 영란(하희라)은 남편 선우(김성민)와 내연녀 화진(최수린)의 관계를 인정하고 한집에 살았다. 영란은 이들이 나란히 누운 침실에 들어가 침묵시위를 하고, 그런 영란을 선우와 화진은 투명인간 대하듯 했다. 영란의 언니 영심(김혜선)은 극 초반에 화진의 머리채를 잡고 두들겨 패더니 어느덧 그 내연녀와 다정한 사업 파트너가 돼 동생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었다.

8일 방송에선 화진 앞에 선우의 어머니 귀신이 나타났다. 9일엔 화진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15일 화진의 장례식에서는 선우가 상주로 나서고 영란의 친정 식구들이 참석해 마치 소중한 가족이 떠나는 것처럼 애도해 시청자를 실소케 했다. 영란의 내연남 준희(조연우)까지 찾아와 조문했다. 게시판에는 “불륜을 미화했다” “죽음으로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는 손쉬운 전개”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16일에는 화진이 남긴 유서가 공개됐는데, 재산의 대부분을 영심에게 남긴다는 뜬금없는 내용이었다.

이야기 전개에 짜임새가 없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벌여놓고 주변 인물들이 대사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란의 엄마(이효춘)가 화진을 납치해 감금했을 때, 영심과 그 남편 도식(김병세)은 “우리 엄마는 어딘지 다르니까” “어머님이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 마음이 지나치잖아”라며 상황을 무마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상식을 벗어난 전개로 더는 갈 곳이 없는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들이 외면한다. 몇 년 전 유행한 ‘조폭 코미디’처럼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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