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건반위 폭풍이 몰아친다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크로아티아 출신의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가 솔로무대를 연다. 11일 오후 2시 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월에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12인조 밴드와 함께 콘서트를 연 뒤로 7개월 만이다.

피아노 솔로무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잔잔한 명상의 연주나 폭발적으로 두드려대는 연주 같은 모습들이 떠오른다면, 막심은 단연코 후자에 방점을 찍는 피아니스트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연주곡들이라도 충분히 즐겁다. 이런 사실에 죄스러움을 느낄 필요도 없다. 19세기 프란츠 리스트 이후 ‘서커스적’ 테크닉으로 승부하는 기교파 피아니스트들의 면면은 유구하며 또 충분히 즐길 만하다.

‘막심’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막심 므라비차는 1983년 9세의 나이로 피아노를 시작해 1993년에는 자그레브 국제 콩쿠르, 1999년에는 루빈시타인 피아노 콩쿠르, 2001년에는 파리 퐁투아즈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앞날이 보장된 셈이었지만, 세상은 그가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길로 나서게 했다.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버네사 메이와 전자 현악4중주단 본드를 발굴한 프로듀서 멜부시가 그를 새 크로스오버 스타 반열에 올린다는 기획을 내놓았고, 화려한 피아노 테크닉에 강한 테크노 전자음을 덧붙여 산뜻하게 포장해냈다.

폭풍같은 스피드와 화려한 다이내믹은 그의 연주가 가진 트레이드마크다. 면도기 광고에 나올 것 같은 귀공자형 얼굴과 몸매, 190cm의 훤칠한 키도 그가 각국에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이유다. 2003년 데뷔 앨범인 ‘피아노 플레이어’는 홍콩에서 더블 플래티넘,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플래티넘 앨범이 됐다. 3월 내한공연에서는 국내에 발매되지 않았던 음반 ‘pure’ 400여 장이 현장에서 10분 만에 동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브람스와 쇼팽의 소품들에 이어 ‘엑소더스’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크로스오버 곡들을 배경 영상과 함께 연주한다. 그의 폭발적인 손가락 기교를 만끽할 수 있는 ‘왕벌의 비행’을 혹시 앙코르곡으로 연주하지 않을지 궁금해진다. 3만3000∼11만 원. 02-548-8690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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