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2차대전’ 일어날까

  • 입력 2009년 8월 6일 02시 57분


헌법불합치 결정난 방송광고 독점 손질 불가피
與 ‘MBC 정부감사’도 추진… 野 반발 충돌 예고

3대 미디어관계법이 지난달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또 다른 미디어법의 ‘불씨’가 남아 있다. 독점적인 방송광고의 틀을 깨는 방송법 개정을 비롯해 △MBC에 대한 감사원 감사 추진 △‘공영방송법’(가칭) 제정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철회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 법안의 처리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올 정기국회를 앞두고 ‘미디어법 2차 대전’의 먹구름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 방송광고 독점 연말까지 고쳐야

올해 말까지 방송법 중 방송광고 판매에 대한 조항을 반드시 개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모든 지상파 방송의 광고 판매대행을 독점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헌재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방송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 시한을 넘겨 관련 조항을 개정하지 못하면 현재의 방송광고 판매시스템은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대혼란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난달 야당의 반대 속에 겨우 강행처리한 방송법을 다시 손대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관련법인 방송광고공사법도 개정하거나 폐지한 뒤 이를 대신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 내에선 민영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의 설치 방안을 놓고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하던 민주당도 헌재의 결정 이후 대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 MBC 성역 깨기

MBC는 1980년대 초 군사독재 정권이 만든 독점적 방송 체제에서 큰 혜택을 누려왔다. 상법상 주식회사이지만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져 공적인 성격의 재단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대주주여서 민영인지 공영인지 불분명한 성격 때문이다.

MBC는 실제 경영은 민영처럼 하면서 필요할 경우 공영방송을 자처해왔다. 그러면서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고 국회 국정감사도 방문진을 통해 ‘간접 감사’만 받고 있다. MBC는 결과를 제대로 공개도 하지 않는 내부 감사 외에는 어떤 감시와 견제도 받지 않았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지난해 10월 MBC도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진 의원은 “KBS는 감사원 감사, 국회의 결산승인, 국정감사를 받는 데 비해 스스로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는 MBC가 감사원 감사를 안 받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BC와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여권의 MBC 장악 음모’라며 반대하고 있다.

○ 공영방송 위상 정립

한나라당은 지난달 미디어법 처리 직전 안상수 원내대표가 언급한 가칭 ‘한국방송공사법(공영방송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방송법에 KBS에 관한 조항이 있을 뿐 KBS의 지위와 성격을 규정하는 별도의 법이 없기 때문이다. EBS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는 공영방송에 대한 법적 규정은 물론이고 공영방송이라는 용어 자체가 어떤 법에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법률적으로 공영방송의 성격과 위상을 명확히 하고 KBS의 독립성과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재정확보 방안으로 시청료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KBS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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