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여가 트렌드 교차로에서 사업기회 잡아라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6분


버진 디지털의 지면 광고 ‘당신의 음악 근육을 단련하라.’ 밴드와 음악가들의 이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광고는 ‘숨은 그림 찾기’라는 놀잇감을 제공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오른쪽 하단에 있는 호박을 부수는 남자는 록그룹 ‘스매싱 펌킨스’를 나타낸다. DBR 자료 사진
버진 디지털의 지면 광고 ‘당신의 음악 근육을 단련하라.’ 밴드와 음악가들의 이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광고는 ‘숨은 그림 찾기’라는 놀잇감을 제공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오른쪽 하단에 있는 호박을 부수는 남자는 록그룹 ‘스매싱 펌킨스’를 나타낸다. DBR 자료 사진
아웃도어 시장 6년새 2배 성장
문화레저비도 매년 10%씩 늘어

2003년 이후 국내에서는 선진국형 레저를 겨냥한 아웃도어 시장이 2배 이상 성장했다. 문화 레저비 지출도 2000년 이후 매년 꾸준히 10%씩 상승하고 있다. 연간노동시간은 느리기는 하지만 계속 줄고 있다.

앞으로 ‘여가’란 화두는 소득수준 상승에 따라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여가는 개인 입장에서는 휴가를 뜻하지만, 기업에는 소비자 취향의 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을 의미한다.



○ 한국 여가 트렌드의 기본적 변화

국내 여가 트렌드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가의 향유 계층과 그 종류의 다양화다.

과거의 여가는 ‘시간과 돈이 있는 계층’ 또는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은 계층(대학생, 전업주부, 은퇴 이후의 노년층)’의 전유물이었다. 부유층은 해외여행과 (지금은 비용이 많이 낮아졌지만) 골프, 스키 등 시간과 돈이 모두 많이 드는 활동을 즐겼다. 직장인들은 어쩌다 생기는 여가시간을 TV 시청과 낮잠, 영화 관람 등 수동적 여가 활동(저시간-저비용)으로 채웠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직장 개념의 변화 △기성세대와 아주 다른 직업관 및 노동관을 가진 X세대의 사회 진출 △여성들의 사회 참여 등 변화가 일어나면서 일과 삶에 대한 ‘다른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전과 다른 ‘고시간-저비용(등산, 자전거, 지역 탐방)’과 ‘저시간-고비용(특급호텔 요리 강습, 미술품 경매)’의 여가 영역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여가 트렌드

한국 사회는 이제 막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새로운 여가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가 문화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서 여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선진국의 흐름이 참고가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여가 트렌드의 변화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①일과 여가의 경계 붕괴=기술과 산업의 발달은 일과 여가의 융합을 가져오고 있다. 일과 여가의 결합은 앞으로 전개되는 거의 모든 여가 트렌드에 직간접으로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사람들이 굳이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제는 공항의 라운지나 PC방, 심지어 휴대용 블랙베리를 통해서도 e메일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문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웹 오피스 프로그램과, 세계 어디서나 자신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글로벌 로밍도 큰 도움이 된다.

②일·여가 경계 붕괴에 저항하고 2개의 삶 추구=반면 복잡해지는 삶이나, 일과 여가의 경계 붕괴에 저항하면서 일과 여가를 완벽히 구분하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최근에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일상생활을 완전히 잊을 수 있는 오지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퇴근 후에는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거나(after 6 shutter), 개인 생활용으로 휴대전화를 하나 더 구입하는 등 철저히 일과 단절된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③불황과 안전 추구의 영향으로 가정과 일상에서 여가 즐기기=이 트렌드는 자신의 집 또는 인근 지역에서 여가를 즐기는 행태를 말한다. 최근 웹스터사전에 오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stay+vacation)’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복잡한 휴가지 대신 도심 속에서 편리하고 편안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스파나 호텔 휴가 패키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신종 인플루엔자 등 전염병과 테러의 위험을 피해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들은 주변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는 ‘지역 사회의 재발견’이나, 가정 내에서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④도심 속 자연의 재발견=이 트렌드는 답답한 도심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니즈를 반영하지만, 과거의 자연 친화주의와는 맥락이 다르다. 예전의 친환경주의자들은 완전한 자연 속에서 즐기는 장기간의 여가를 선호했다. 그러나 시간과 돈에 쫓기는 요즘 소비자들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이는 현재의 소비자들이 자연을 갈구하면서도, 도시의 편리함을 버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적 편의시설을 야외활동에 도입한 ‘글램핑(glamping·glamorous+camping)’도 이런 트렌드와 같은 맥락이다. 폴크스바겐이 올해 안에 선보일 캠핑카 ‘폴크스바겐 캠퍼’는 태양열 집전판을 달고 있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무선인터넷과 DVD 재생 기능도 갖추고 있다.

○ 트렌드를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그렇다면 기업은 이런 트렌드에서 어떤 사업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까. 트렌드를 사업 기회에 접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은 일과 여가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태도가 다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고객 세분 집단을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향후에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와, 여기에 저항하고 철저하게 일과 여가를 분리해 더욱 더 개인화된 여가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둘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이전에는 주중과 주말, 일과시간과 퇴근 후, 평상시와 휴가가 뚜렷하게 구분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시간 압박을 심하게 받는 현대인들은 일상생활 중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여가를 즐기거나, 굳이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도 여가를 즐기려는 강한 욕구가 있다.

셋째, 기업은 사업 기회가 여러 트렌드의 교차로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주요 트렌드로는 기술 혁신과 친환경 성향, 개인화, 가처분 시간의 증가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림 참조)

이 정 민 PFIN 대표 mindy@pfin.kr

돌려버리는 광고? 찾아즐기는 광고!
광고, 레저가 되다

광고가 넘쳐나면서 광고는 소비자의 미움을 받는 존재,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시청자들이 광고를 보지 않고 그냥 뛰어넘을 수 있는 디지털 장치까지 등장했다.

기업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중 하나는 광고를 TV 프로그램이란 레저의 ‘대가(代價)’가 아니라 ‘레저 그 자체’로 만드는 것이다. 잘 만든 광고는 그 자체가 흥미로운 오락거리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은 재미있는 광고를 인터넷에서 반복 시청하고, 자발적으로 유통하기도 한다.

○ BMW, 아예 광고 영화사 차려

그동안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수많은 영화에 자사의 차량을 등장시키는 간접광고(PPL)를 해 왔다. 아무리 광고에 민감한 사람이라도 액션영화 속 멋진 자동차를 욕하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로, 영화를 통한 간접광고는 효과적이다.

BMW의 간부인 제임스 맥도월은 2001년 이전의 홍보 방법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광고 방식을 생각해 냈다. 아예 ‘BMW 필름스’라는 영화사를 차려 직접 온라인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 ‘하이어(The Hire)’는 존 프랑켄하이머를 시작으로 가이 리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우위썬(吳宇森), 존 카나한, 토니 스콧 등 쟁쟁한 감독들을 동원해 8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간단했다. 실력 좋은 프리랜서 운전사가 다양한 의뢰를 맡아 성공적으로 해결해 내는데 그는 언제나 BMW만 몬다. 종군기자를 탈출시키든, 불륜 남녀를 미행하든, 납치된 여성을 구출하든, 반드시 BMW의 탁월한 성능을 과시한다.

8편의 영화는 4년 동안 1억 회 이상 관람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프로젝트가 발표된 해 BMW의 매출은 12%나 늘어났다.

○ 유희 본능 자극한 버진그룹

2005년, 세계적인 오프라인 음악 유통사인 버진그룹이 애플의 아이튠스토어가 독주하는 온라인 음악 유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버진 디지털’ 서비스가 발표됐을 때 사람들의 전망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버진 디지털의 지면광고는 놀라울 정도의 폭발적 반응과 경제적 성공을 불러왔다. 이 광고는 한마디로 말해 수많은 기괴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합성사진이다. 여왕이 망측하게 생긴 총으로 왕자를 위협하고, 빌딩 위에서 킹콩이 포효하며, 멀리 보이는 신작로에서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굴러온다. 꽃 가판대에는 장총과 장미가 한 다발로 묶여 팔린다. 이런 이미지들이 정신없이 펼쳐지는 가운데, 왼쪽 상단에 조그맣게 ‘당신의 음악 근육을 단련하라(Exercise Your Music Muscle)’는 문구와 버진 디지털의 로고가 보인다.

광고가 나오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이 광고의 성공 비결은 그 자체가 사람들의 유희 본능을 자극한 놀잇감이었다는 데 있다. 광고 안의 모든 기괴한 이미지들은 음악인이나 밴드의 이름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넌 얼마나 찾을 수 있어?”라고 물으며 이 재미있는 유희를 즐겼다. 버진 디지털의 ‘합성 사진’은 결국 그해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돌려본 광고가 됐다.

지면 광고와 더불어 히트곡의 제목들을 상징화해 담은 1분 15초짜리 브랜드 홍보 애니메이션 역시 200만 회 이상 관람되는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가 활성화되기도 전인 2005년의 일이었다.(이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 38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성욱 HS애드 부장·카피라이터 swchung@hsad.co.kr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8호(2009년 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전쟁과 경영/로마 멸망을 초래한 흉노 정벌의 영웅

한 무제의 흉노 정벌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곽거병은 측면 부대와 연락이 끊길 정도로 빠르고 대담한 진격작전을 펼치곤 했다. 하지만 한 무제가 최고의 보급 병력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곽거병은 실패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훌륭한 공격 작전도 이를 뒷받침하는 인재와 자원의 지원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패션과 경영/‘브레드&버터’ 작은 패션쇼의 큰 울림

소규모 패션 트레이드 쇼 ‘브레드&버터’가 쟁쟁한 세계 유명 컬렉션들을 물리치고 가장 트렌디한 패션쇼로 떠올랐다. ‘브레드&버터’는 뉴욕이나 파리처럼 패션 중심지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클럽 문화가 발달한 베를린에서 행사를 열어 젊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패션쇼 행사에서 유흥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부스에서 바이어들을 상대한 사람들이 멋진 파티와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기(史記)의 리더십/주(周) 문왕의 ‘무서운 기다림’

중국 상나라의 주(紂) 임금은 폭정으로 악명이 높았다. 훗날 주(周)나라 건국의 터전을 닦은 문왕(文王) 창(昌)은 참담한 현실을 탄식했다는 죄로 7년 동안이나 구금당했다. 풀려난 후 창은 주 임금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 선정을 베풀며 때를 기다렸다. 창이 죽은 뒤 그의 아들 발(發), 즉 무왕(武王)이 주 임금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창은 생전에 주 임금을 제거할 수도 있었지만, 최고의 기회가 오기까지 기다리며 인내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위기 상황을 다스리는 사과의 기술

기업들이 위기에 잘 대처하려면 최고경영자(CEO)를 위시한 경영진이 제대로 된 ‘사과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기업은 위기가 발생하면 법적으로 기업의 유·무죄가 정해지기 전이라도 여론을 고려해 사과해야 하며, 공개적인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또 사과를 할 때는 단순한 해명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대응책도 제시해야 한다.

▼Harvard Business Review/뉴프런티어 개도국을 보자

글로벌 경제위기로 개발도상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황이 끝날 때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껏 세계시장에서 지켜온 우위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서구 선진국 기업들은 계속 개발도상국에 투자해야 한다. 현지 경영진을 양성하고, 개발도상국의 대기업과도 꾸준히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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