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세력 강화 주장했던 백범 현재의 극단대립 원치 않을것”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내일 김구 선생 서거 60돌… 신용하 백범학술원장 인터뷰

《“극좌와 극우가 아닌 중도가 많아야 한다는 게 백범 선생의 뜻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백범(白凡) 김구 선생(1876∼1949·사진)이 서울 경교장(京橋莊)에서 육군 소위 안두희의 총탄에 서거한 지 26일로 60주기를 맞는다. 민족지도자로 추앙받는 백범 연구의 권위자이자 백범학술원장을 맡고 있는 신용하 이화학술원 석좌교수의 감회는 각별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내 백범학술원에서 만난 그는 “백범 선생이 걸어온 길과 사상, 나아가려 한 방향은 지금 우리에게도 가르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선생은 확고한 우파의 민족지도자
통일 위해 좌익까지 아우르려 노력
北서 존경한다고 좌파로 봐선 안돼”

그는 “백범이 가신 지 60주기, 대한민국은 경제적 과학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한 것이 분명하지만 정치적 상황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점이 너무 많다”며 “선생께서는 남북 관계와 대한민국의 사회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와 민족을 함께 생각한 백범의 뜻을 이어가려면 북측과 남측에서 모두 온건한 중도세력을 강화해 극좌와 극우가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힌 것은 백범 선생의 철학과 (맥락이)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통일을 위해 좌익까지도 아우르려 했던 백범의 시도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백범을 좌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백범은 확고한 우파의 민족지도자였습니다. 그분을 좌파로 보는 것은 광복 후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지요. 우파 지도자이면서도 헌신적인 애국심과 민족애로 북에서까지 존경을 받았던 것뿐입니다.”

그는 광복 이후 북한의 출판물을 보면 ‘백범은 우파로서 우리와 정치노선이 다르지만 그의 애국심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기록했다며 “북한이 존경한다고 해서 선생을 좌파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범이 당시 북한과 소련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국제정치적 감각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12월)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소련과 미국 영국이 5년 신탁 통치안에 합의하고 조약문에 서명까지 했지만 백범이 주도해 그 안을 무효화하는 데 성공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948년 4월 백범이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남북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갈 때 남긴 문헌은 백범의 현실감각이 뒤처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당시 백범은 ‘이 길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협상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기록해뒀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회장 김신)와 함께 백범 6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26일 추모식 외에도 25∼27일 백범기념관에서 ‘꽃다운 향기여! 영원하라’라는 주제의 유품 전시회를 연다. 백범이 서거 당시 입었던 피 묻은 조끼적삼과 저고리, 인장과 회중시계, 유묵 등 최근 문화재로 등록된 유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같은 기간 여는 추모영화제에서는 아일랜드와 체코, 그리스, 인도의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와 1949년 7월 5일 백범 국민장 당시의 영상자료를 상영한다.

신 교수는 10월 9일 백범기념관에서 ‘아시아의 민족독립운동과 건국 지도자’를 주제로 한국의 백범, 인도의 간디, 중국의 쑨원, 베트남의 호찌민을 재조명하는 60주기 추모 국제학술대회를 연 뒤 백범학술원장 직을 그만둘 생각이다. 그는 2001년 백범학술원 창립과 이듬해 백범기념관 건립을 주도하고 백범학술원을 이끌어 왔다.

그는 “남은 바람이 있다면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아직까지 연구 논문이 부족한 충칭(重慶) 임시정부 시절 백범의 외교 활동에 대한 연구를 해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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