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외길 古山子, 시인같은 삶”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연합뉴스
김정호 다룬 역사소설 펴낸 박범신 씨
“근거 없는 속설 추려내고 상상으로 채워”

“평생 그 시대로부터 따돌림당했으니 그는 고산자(孤山子)요,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그 뜻이 드높았으니 그는 고산자(高山子)요, 사람으로서 그의 염원이 최종적으로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 산을 닮고, 그 옛 산에 기대어 살고 싶어 했으니, 그는 고산자(古山子)라고도 했다. 그의 이름이 김정호다.”(‘고산자’ 중에서)

소설가 박범신 씨(사진)가 신작 장편소설 ‘고산자’(문학동네)를 펴냈다. 조선시대 지도제작자이자 지리학자였던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박 씨의 첫 역사소설이다.

작가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정호는 인문학자이면서 축척으로 지도의 사실성을 높인 과학자였고 목공예 예술가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 삼박자를 모두 갖췄음에도 역사가 유기해 버린 인물”이라고 말했다.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다수의 지도와 전국지리지를 편찬했지만 그의 일생을 다룬 사료가 거의 없어 대부분 속설로만 전해지기 때문이다. 작가도 처음에는 ‘백두산을 열 번이나 오른 방랑자’ ‘권력에 의해 옥사당한 지식인’ 등 김정호와 관련된 속설에 끌려 집필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자료 조사를 하면서 역사적 근거가 없는 속설들은 추려낸 뒤 인문학적 통찰과 작가의 상상으로 채워 넣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김정호가 지도 제작에 미치게 된 계기, 대동여지도에 독도를 그려 넣지 않아 오늘날 일본인들의 말거리를 만들어 놓은 이유, 불과 백수십 년 전 인물임에도 사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의문 등에 대한 작가의 해답이 담겨 있다.

박 씨는 “사람이 한 가지 깊은 그리움을 품고 사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개인적인 화두가 김정호의 일생과 겹쳐졌다”며 “과학적인 지도를 제작하면서도 길 위의 시인처럼 살기를 꿈꿨던 김정호처럼 내 문장 역시 섬세하고 시적으로 읽혔으면 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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