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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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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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첫 법문집 ‘일기일회’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一期一會),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법정 스님(77·사진)의 법문을 처음으로 엮은 책 ‘일기일회’(문학의 숲)가 1일 나왔다. 일기일회는 다도(茶道)에서 유래한 말로, 이 만남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므로 차를 대접하는 주인과 손님이 모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 순간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님은 연예인의 자살이 잇따른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일기일회라는 말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함께 어울려 흐름을 이루는 삶의 대열에서 자기감정대로 이탈하는 것은 결코 명예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03년 5월∼2009년 4월 스님이 각종 법회에서 한 법문을 모은 것으로 생명 자체가 하나의 기적임을 밝히고 있다. 스님은 폐렴으로 시작한 자신의 투병에 얽힌 사연도 소개하고 있다.
“50일이 넘도록 거의 단식 상태였습니다. 저를 간호한 사람들은 갈비뼈만 앙상히 남은 제 모습이 마치 6년 고행한 부처님 같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의 체중이 45kg을 조금 넘었습니다.…앓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날그날을 즐겁게 살자.’”(2008년 4월 법회)
이 책에는 사찰과 종단을 둘러싼 현실을 비판하면서 수행자의 자아성찰과 무소유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하는 법문이 여럿 있다. 스님은 2007년 10월 법회에서 “종단 일각에서 주지 자리를 놓고 다투는 작태가 알려져 면목이 없다”며 “수행자 차림을 하고 돈이나 명예를 생각한다면 불자가 아니라 가사 입은 도둑”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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