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예술은 질투가 심해” 편지로 엿본 고흐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빈센트 반 고흐 지음·박홍규 옮김/800쪽·2만6000원·아트북스

“너와 미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만 지금은 편지로나 얘기할 수밖에 없구나. 아름다운 것에 가능한 한 많이 감탄하렴.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감탄하지 못하고 있어.”(1874년 1월 런던에서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이 책은 고흐가 남긴 편지 909통 중 125통을 모은 책이다. 편지 속에는 작업에 진지하게 임하고 창작의 고통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삶이 살아 숨쉰다. 고흐에게 예술은 “질투가 심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존재였다. 그는 “나는 그림을 그린다는, 더럽고 힘든 일을 하고 있어”라고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1882년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 “나의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겠지만, 내 눈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거니까”라는 구절에서는 창작에 대한 그의 의지가 드러난다.

편지에는 작품에 대한 자평과 창작 의도에 대한 설명도 등장한다. 그는 유화 ‘밤의 카페’를 두고 “카페란 사람들이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고, 미칠 수도 있으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곳이라는 점을 표현하려 노력했어”라고 말한다. 동료 화가와의 교류, 고흐가 갖고 있던 당시 시대상에 대한 성찰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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