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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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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이 된 안나는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한다. 어찌된 일일까. 안나의 부모 사라와 브라이언에게는 케이트란 딸이 있다. 문제는 두 살배기 케이트가 백혈병에 걸린 것. 치료를 위해 부부는 케이트와 유전자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딸을 하나 더 낳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맞춤 아기’로 태어난 안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등 모든 것을 케이트와 나눴다. 그런 삶을 당연하게 여겼던 안나는 신장을 기증해달라는 엄마의 말에 반기를 든다. 소설은 안나와 사라, 브라이언, 안나가 선임한 변호사 캠벨 등으로 화자를 바꿔가며 각각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들려주며 전개된다. 마지막 반전은 충격적일 만큼 놀랍고 감동적이다. ‘맞춤 아기’ ‘장기 기증’과 같은 첨예한 주제를 다룬 이 소설이 출간되자 미국 사회를 센세이셔널에 휩싸였다. 카메론 디아즈, 애비게일 브레슬린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존 치버 단편선집(전 4권)/존 치버 지음·황보석 옮김/5만2000원(각권 1만3000원)·문학동네
레이먼드 카버와 함께 ‘단편소설의 거장’이라고 일컫는 퓰리처상 수상작가 존 치버의 61편의 단편을 묶은 선집이 출간됐다. ‘기괴한 라디오’,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날’, ‘그게 누구였는지 말해봐’, ‘사랑의 기하학’ 등 모두 4권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표제작인 ‘기괴한 라디오’는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 짐은 아내 아이린에게 새 라디오를 선물하는 데 이 라디오에서 이웃에서 일어나는 대화가 그대로 흘러나오는 것. 아이린은 라디오를 들으며 평화로워 보였던 이웃들이 사실은 하루 종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참담함을 느끼고 결국 라디오를 수리하게 된다. 하지만 라디오 속 이웃들처럼 짐과 크게 싸운 아이린은 라디오가 자신에게 말을 건네기를 바란다.
◇미트포드 이야기 1,2/잰 캐런 지음·김세미 옮김/348쪽·각권 1만1000원·문예출판사
섹스 폭력 등 자극적인 소설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이 제격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인의 작은 마을 미트포드를 배경으로 오지랖 넓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채화처럼 맑고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머리가 벗겨진 배불뚝이 신부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년과 잔소리 심한 가정부, 늘씬한 미남 골동품상 등 개성 만점 인물들이 웃음을 준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미트포드 이어스(The Mitford Years) 시리즈의 아홉 권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다. 1996년 출간된 이후 뉴욕타임스나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입 소문만으로 30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저자는 ‘Home to Holly Spring’ 으로 2008 크리스티 상을 받았다. 원제 At Home in Mitford.
◇핏빛 자오선/코맥 매카시 지음·김시현 옮김/440쪽·1만3000원·민음사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이자 상반기의 베스트셀러 소설 ‘로드’로 국내에 독자를 사로잡은 코맥 매카시의 장편 소설 ‘핏빛 자오선’이 출간됐다. 이 소설은 매카시가 1985년 발표해 서부의 묵시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에 오른 고전이다. 폭력과 살육이 지배했던 1850년대 미국 개척사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이 소설은 미국과 멕시코의 영토 분쟁이 끝난 뒤 실제로 벌어졌던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 학살의 시대를 다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살육과 폭력은 놀랍게도 1846년 미국 멕시코 전쟁이 끝난 뒤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본 아이덴티티’와 ‘델마와 루이스’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 할 예정이다.
◇그림자 없는 사람들/하산 알리 톱타시 지음·김라합 옮김/300쪽·1만1000원·웅진 지식하우스
현대 터키문학의 대표 작가 하산 알리 톱타시의 출세작으로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이유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을 다룬 소설이다. 수십 년간 아무도 들거나 나지 않았던 터키의 외딴 마을에서 어느 날 이발사 즌글 누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가 남긴 말은 “내 영혼이 오그라든다.” 그의 실종에 이어 연이은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번에는 마을에서 가장 아리따운 처녀 귀베르진이 사라진다. 유괴된 것으로 알려진 그녀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