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에너지 전하려 디자인”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세계적 디자이너 멘디니 서울서 개인전

안나 지(Anna G). 20세기 베스트디자인 중 하나로 사랑받는 와인 병따개의 이름이다. 팔을 올렸다 내리는 우아한 발레리나의 모양을 닮은 안나 지는 내년이면 15세가 된다.

평범한 일상용품에 따스한 숨결을 스며들게 한 인물은 이탈리아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77). 10월 31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인터아트(02-544-8401)에서 열리는 개인전 ‘리디자인 & 리바이벌’에 참석차 최근 내한했다.

“안나 지는 우연히 탄생했다. 선물용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 주방용품회사 알레시가 제품화한 것이 큰 인기를 모았다. 15주년을 맞아 다이아몬드와 지르콘이 박힌 한정판 작품을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처음 공개하게 돼 기쁘다.”

그는 네덜란드 그로닝겐박물관 등의 건축설계부터 알레시와 스와치시계 등과 함께 상품디자인을 해 왔다. 이번 전시에선 병따개 외에도 건축 모형과 가구, 소품을 볼 수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눈 돌리는 곳마다 밝고 환하다. 분홍과 파랑 등 알록달록한 색과 무늬가 녹아든 서랍장과 의자에서 천진한 동심이 느껴진다.

“현대인의 삶은 무미건조하다. 나는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에너지를 전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기능만이 아닌 시적, 감성적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는 기존 가구에 화사한 패턴이나 오브제를 덧붙여 새로운 느낌을 주는 ‘리디자인(Redesign)’에 관심이 많다. 사물에 생명과 이야기를 불어넣는 과정이기 때문. 무수한 색점을 입힌 ‘프루스트 의자’가 대표적 사례. 프루스트가 마들렌 과자를 통해 기억을 되찾듯, 의자에 찍힌 점 하나하나는 기억과 회상의 실마리를 뜻한다.

멘디니를 꿈꾸는 후배 디자이너에게 들려줄 조언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처럼 될 필요는 없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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