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 페이소스 가득한 프리야-문형태 展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이야기 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책과 함께 공원을 걸어보세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링크(02-738-0738)에서 열리는 프리야(42)의 ‘인형놀이’전 초대장이다. 작가 이름(이현정)을 대신하는 프리야는 인도 말로 사랑이란 뜻. 전시장에선 종이책이 아닌,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감상하고 잠시 초록색 벤치에 앉아 쉴 수 있다.

‘아버지’ ‘어머니’ ‘큰오빠’ ‘나’…. 캔버스가 아니라 길고 좁다란 나무에 강렬한 색채로 섬세하게 그려낸 인물의 표정엔 아픔이 서려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 같다. “‘상처 입은 치유자’, 그 말을 마음에 담고 작업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가 치유자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작품에는 작가가 직접 쓴 글이 곁들여져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사람이 만나/나무만큼의 사이를 유지하며/나무와 같은 사이가 된다면/일생은 살 만해진다’(나무 사이)

‘인형놀이’전이 그렇듯, 25일까지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02-734-7555)에서 열리는 문형태(33)의 ‘Drive-for stranger’전도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전시다. 활달한 색감에 아이 같은 상상력을 결합한 그림엔 카메라 케이스 제작부터 웹디자인까지 생활을 위해 온갖 일을 해온 작가의 삶이 오롯이 농축돼 있다.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겐 그림 그리는 것이 다큐 작업 같다. 일기 쓰듯 하루 한 점을 그린다.”

밝으면서도 왠지 쌉쌀한 슬픔이 묻어나는 그림들. ‘눈물 속에 고래가 산다’는 이대흠의 시구를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에는 삶의 페이소스가 스며 있어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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