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역자후기에 맛깔난 담긴 이야기…‘번역가의 서재’

  • 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번역가의 서재/김석희 지음/622쪽·1만8000원·한길사

때때로 역자후기는 가장 훌륭한 서평이 된다. 다른 언어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 작품에 천착하면서도 원작자가 가지지 못하는 객관적 거리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냉철한 독자이면서도 작품을 온전하게 흡수한 또 다른 창조자가 된다.

20여 년간 번역을 해온 김석희 씨의 역자후기 역시 그런 정성을 쏟아 완성된 것들이다. 그가 99편의 역자후기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냈다. 머리말에서 그는 ‘저자와 원서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좀 더 충실한 소개와 의미를 담아내려 애썼다’고 말한다. 책의 종류는 철학사상서, 문학서, 역사서, 예술서, 종교서 등으로 무척 다양하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전집 중 하나인 ‘문명 속의 불만’을 번역할 때는 독일어와 난삽한 개념들로 어려움을 겪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데어드르 베어의 ‘시몬 드 보부아르 전기’의 역자후기에선 ‘시몬 드 보부아르를 알고 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약간은 먹물이 들었다는 증거이겠는데, 어쨌거나’ 하고 재미있게 글을 풀어나가기도 한다. 제임스 해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행복을 전하는 개 이야기’에서는 동물 보호가 인간 중심의 횡포는 아닌지 시의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역자의 개인적인 추억을 수필처럼 풀어내기도 한다.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과 저자에 대한 소개, 역자의 총평 등도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책을 완독한 듯한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역자의 맛깔 나는 글을 즐겨도 좋고 자신이 읽을 책의 길잡이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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