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45>人瘦尙可肥, 士俗不可醫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3분


瘦(수)는 瘦瘠(수척)처럼 여위다 또는 마르다의 뜻이다. 여기서의 尙(상)은 부사로서 동작이나 상태 등이 전과 같이 변화가 없음을 표시하며, ‘여전히’나 ‘아직도’ 또는 ‘그래도’로 옮겨진다. 尙存(상존)은 아직 존재한다는 뜻으로, 늘 존재한다는 뜻인 常存(상존)과는 다르다.

尙(상)은 본래 나누거나 분산하다의 뜻인 八(팔)과 북쪽으로 난 창을 뜻하는 向(향)을 합해, 창문을 통해 위로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나타냈다. 본뜻은 上(상)과 같다. 高尙(고상)처럼 높다는 뜻, 崇尙(숭상)처럼 높이다의 뜻이 있다. 바라다의 뜻도 있으니, 제사의 축문 끝에 상투적으로 쓰는 말인 ‘尙饗(상향)’은 ‘제물을 받아 드시기 바랍니다’의 뜻이다.

肥(비)는 肥滿(비만)이나 天高馬肥(천고마비)처럼 살찌다의 뜻, 肥沃(비옥)처럼 기름지다의 뜻, 그리고 肥料(비료)의 뜻도 있다. 俗(속)은 風俗(풍속)이나 俗世(속세)의 뜻이다. 평범하다는 뜻과 雅(아)와 반대로 卑俗(비속)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다. 여기서는 세속에 물들다의 뜻이다.

醫(의)는 의사 또는 치료하다의 뜻이다. 술을 의미하는 酉(유)가 의미요소로 쓰인 점이 흥미롭다. 약자로 쓰는 의(의)는 본래 화살인 矢(시)를 상자인 방(방)에 넣은 것으로 화살통을 뜻하는 글자이다.

몸이 마른 것은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속된 것에 물들면 되돌리기 어렵다. 세속은 사람을 마비시키고 중독되게 하는 마력이 있어서이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거처 주변에 대나무를 심어 그 마력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굳건한 뿌리, 곧은 줄기, 똑바른 마디, 빈 속마음, 푸른 잎을 본받으면서. 宋(송) 蘇軾(소식)의 ‘於潛僧綠筠軒(어잠승녹균헌)’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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