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손님은 왕? 점원이 왕!… 정보통 점원을 사귀어라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고수들이 귀띔하는 쇼핑 노하우▼

“어머, 너 이 가방 어디서 샀니?”

야심 차게 준비한 신상 가방. 주위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올 때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누군가 “왜 신상품에 목을 매냐”고 물으면 이들은 자신 있게 대답한다. “이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죠!” 이들에게 신상은 ‘자아실현’이나 다름없다. 무엇을 사는지보다 얼마나 빨리 사는지가 중요하게 취급받는 시대. 신상 고수들은 얘기한다.

“이것은 정보 전쟁이다”라고. 하지만 신상은 한정돼 있다. ‘교활한’ 쇼핑이 필요하다. 20여 명의 신상 고수들에게 물었다. 원하는 신상을 얻기 위한 이들만의 암묵적 법칙을 공개한다.

① 눈을 크게 떠요(사전 정보 수집)

“유레카!”를 외치기 전까지 눈을 크게 뜨고 원하는 신상품을 찾는 단계다. 신상 고수들의 사전 정보 수집은 크게 온라인파와 오프라인파로 나뉜다.

온라인파의 경우 ‘인스타일 닷컴(www.instyle.com)’ 같은 패션 사이트나 스타들의 파파라치 컷을 모아 놓은 해외 사이트를 방문해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파는 런던, 파리 등 해외 패션잡지를 통해 신상품 정보를 얻는다.

중요한 것은 “유레카”를 외칠 만한 신상품을 본 순간. 신상 고수들은 화면을 캡처하거나 사진을 찍고 품명을 확보해 해당 브랜드에 전화를 걸어 국내 입고 날짜와 남은 수량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약 국내 입고 계획이 없는 품목이라면 ‘191’ 같은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문의한다. 신상 고수들은 잘 알려진 사이트도 좋지만 런던, 파리, 뉴욕 등에 근거지를 둔 교포들이 운영하는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추천한다.

② 발에 땀나도록 뛰어요(매장 방문)

신상 고수들에게 이른바 ‘어슬렁거리기’로 통하는 매장 방문은 원하는 신상품을 구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물밑 작전이다. 신상 고수들 중에는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시간날 때마다 매장을 방문해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들은 신상품이 집중적으로 들어오는 7∼9월이나 12∼1월에는 수시로 들러 신상품 입고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자 순번이 낮더라도 가끔 ‘펑크’를 내는 고객들이 있어 자주 들를수록 행운을 얻을 수 있다.

③ 눈으로 말해요(매장 점원과 말 트기)

‘손님은 왕’이라는 말은 신상 고수들에겐 통용되지 않는다. 이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왕’은 매장 점원이다. 점원만큼 그 브랜드의 신상품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없기에 점원과의 관계는 신상 고수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신상 고수들은 ‘점원과의 대화법’ 같은 가이드북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여기엔 ‘지난번 구매 품목에 대해 최대한 장점을 얘기해 점원의 호감을 산다’거나 ‘방문 때마다 단골임을 알리기 위해 최대한 눈으로 대화하며 눈도장을 찍는다’는 얘기가 들어 있다.

또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과감하게 말해 점원에게 각인시킨다(자신에게 알맞은 신상품을 빼놓을 수 있기 때문에)’거나 ‘저기요’ 같은 불특정 호칭보다 ‘∼씨’라며 점원의 이름을 불러 친근함을 유도한다’는 지침도 들어 있다. 화제도 ‘날씨’처럼 흔한 주제는 금방 끊길 수 있어 브랜드 패션쇼나 스타일 등 점원 편에서 고르는 게 좋다.

이처럼 복잡하게 쇼핑을 해야 하나… 입이 절로 벌어진다. 신상 고수들은 웃으며 이렇게 노래 부른다. “신상은 아무나 사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