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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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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교내 유명 인물이라면 누구나 초대하는 학교 TV 토크쇼 ‘핫 히트’. 연출을 맡고 있는 리오는 이상하게도 ‘스타걸’은 망설여졌다.
특이하기로 치면 스타걸은 섭외 0순위였다. 자기 맘대로 지은 이름에 고색창연한 복장. 애완동물로 쥐를 키우고 하와이 원주민 악기 우쿨렐레를 연주하다니. 아무데서나 춤추고 뛰어다닌다.
하지만 그 눈망울. 세상 누구보다 크고 아름다운 눈이 리오는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밸런타인데이 때 받은 고백 카드. 스타걸은 날 사랑한다. 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그녀가. 그러나 리오는 알고 있었다.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한때는 모두 스타걸을 좋아했다. 그녀의 순수함에 반해 추종자도 많았다. 그러나 교내 농구부 치어리더였던 스타걸이 우리 팀이건 상대 팀이건 모두를 응원한 게 화근이었다. 남의 편을 들다니. 스타걸은 공공의 적이 됐다. 그녀와 사귀는 리오마저 ‘왕따 남친’ 신세가 됐다….
스타걸은 매력적이다.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10대를 두고 개성을 발산하는 시기라 부른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음악을 듣는다”. 10대만의 방식이라 부르지만 뻔한 룰을 따라간다. 그 속에 ‘다름’에 대한 존중은 없다. 상대 농구팀의 마음을 배려하는 스타걸을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사랑한 리오마저도.
그 때문에 스타걸은 아프다.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무겁다. 자기와 우리밖에 모르는 군중심리. 그 속에서 타인을 향한 순수함은 갈가리 찢어진다. 특히 스타걸이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실은 리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보통 10대 소녀 흉내를 내는 장면은 두고두고 가슴이 시리다.
세월은 흐른다. 스타걸도, 그녀를 괴롭히던 힐러리도 떠났다. 모두가 나이를 먹고, 어른들 세계로 나아갔다. 하지만 리오는 안다. “메아리치는 그 애의 웃음소리가 해돋이 다음으로 아침을 깨우고, 밤이 되면 별 이상의 그 무엇이 내려다보고 있음을.” 우리는 그걸 추억이라고, 첫사랑이라고 부른다. 마음은 단절이 없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