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한일 관광 교류의 해 특집/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올해는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정한 ‘한일 관광 교류의 해’. 2004년 한일 월드컵을 필두로 시작된 양국의 관광 교류는 지난해 483만6763명(일본인 223만5963명, 한국인 260만800명)으로 전년보다 8.5%나 증가하는 등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 추세를 주춧돌 삼아 제정한 올 ‘한일 관광 교류의 해’는 관광을 통한 활발한 교류가 이제는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경제적 목표를 뛰어 넘어 양국의 진정한 우호발전을 위한 시금석이 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마련된 것이어서 의미가 새롭다. 동아일보는 양국간 관광을 통한 시민 레벨의 활발하고도 지속적인 교류에 기여하기 위해 이 지면을 마련했다.》

《북단 홋카이도부터 남단 오키나와 현까지.

위도 차가 20도에 이를 만큼 길게 뻗은 일본 열도의 구석구석을

지난 13년간 여행하고 다니면서 느낀 것은 ‘거대한 여행지’라는 사실이다. 홋카이도에서 신설의 파우더 스노에서 스키를 타는 그 순간에도 아열대의 오키나와에서는 해변에서 선탠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정도다.

그런 일본의 관광자원 가운데서도 나를 사로잡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2월 홋카이도의 아바시리와 몬베쓰 앞 바다를 하얗게 뒤덮는 유효(유빙) 투어와 4월 중순이면 개통되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도야마와 나가노현을 잇는 88.7km의 산악관광 루트)의 유키노오타니(雪の大谷)라는 설벽 투어다. 겨우내 눈에 덮인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현재 눈을 치우고 개통 작업이 한창인데 올해는 다음 달 17일에 개통된다. 이 즈음이면 도야마 현과 인접한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의 겐로쿠엔(전통정원)도 화사한 벚꽃으로 뒤덮인다.

눈과 꽃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일본 봄 여행길로 안내한다.》

고원의 설벽 도로 88km, 마음 닦으며 건넌다

○ 해발 2000여 m 고원 지나는 환상의 루트

인천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항공기가 도야마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두 시간 후.

시절(4월 20일)은 이미 봄기운이 완연하다 못해 농익어 그 신선함마저도 사라진 늦봄이었다. 그러나 도야마 만(灣)의 배후는 여전히 설산영봉이다. ‘저팬알프스’라는 주부(中部)산악국립공원의 험준한 산악이다.

왼쪽 쓰루기다케(2998m)부터 야쿠시다케(2926m)까지 줄줄이 늘어선 다테야마(3015m) 연봉. 2400m급 이상만 18개며 그중에는 3000m급도 두 개나 있다. 그 산 너머는 나가노 현으로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하쿠바와 시가 고원이 있는 저팬알프스 중에서도 북쪽, 기타알프스의 중심이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바로 이 산악을 가로지르는 산악관광 루트다. 도야마 시 다테야마 역을 출발해 최고봉 다테야마를 터널로 통과해 구로베 협곡을 건너 나가노 현의 시나노오마치까지 가는 88.7km의 길고도 험한 여정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걷는 구간은 딱 한 곳(구로베 댐), 불과 800m뿐. 다섯 가지의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안전하고 편안히 여행한다.

오전 9시. 산중턱 다테야마 역(해발 475m)에서 개통식이 열렸다. 한 달 반 전 시작한 제설작업이 끝나 알펜루트가 개통된 것을 축하하는 행사다. 9시 50분. 첫 케이블카가 출발했다. 일본의 케이블카는 유럽에서 ‘후니쿨라’라고 불리는 것으로 우리 것과 달리 지상의 급경사 레일 위로 케이블에 매달아 오르내리는 전차다. 케이블카 구간은 해발 977m의 비조다이라까지 1.3km로 7분이 걸렸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주변 풍경은 한겨울로 되돌아갔다. 고원의 구릉 비조다이라는 새하얀 눈밭이었다.

역에서 고원버스에 올랐다. 버스 구간은 다테야마 바로 밑 2450m 고지의 평원인 무로도 고원까지. 두 곳을 잇는 산악도로(23km)는 한 달 전만 해도 3∼4m 깊이로 눈에 덮였었다. 그러나 한 달 이상 걸린 제설작업으로 길이 뚫려 오늘에서야 버스가 운행하게 된 것이다.

비조다이라만 해도 노변의 눈 높이가 차창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설벽 형태를 이루며 높아져갔다. 미다가하라, 덴구다이라를 지나 무로도 고원이 멀지 않은 곳. 설벽은 버스 지붕을 초과해 18m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버스도 길고 높은 눈의 계곡을 따르는 형국이다. 드디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랜드마크인 ‘유키노오타니(雪の大谷)’에 들어선 것이었다.

거기서 버스가 섰고 유키노오타니에 갇힌 버스 앞에서 또 한 차례 의식이 펼쳐졌다. 산신에게 관광객의 안전을 비는 전통 종교의식이었다. 곧이어 무로도고원의 유일한 호텔인 다테야마호텔 1층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관광객 대부분은 다테야마 관통터널을 트롤리(무궤도차량) 버스로 통과, 산 너머 나가노 현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고원에서 하룻밤을 묵는 일정의 일본인 단체관광객 30여 명과 나는 여기에 남았다.

눈과 산, 구름과 하늘밖에 볼 수 없던 해발 2450m의 무로도 고원. 인공이라고는 다테야마호텔과 버스터미널, 눈 속에 갇혀 전혀 보이지 않던 무로도 산장뿐이었다. 관광객이 떠나자 고원은 다시 적막감에 싸였다. 눈발 흩뿌리던 짓궂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개었다. 파란 하늘에서 내리 쬐던 따뜻한 봄볕에 고원의 흰 눈 세상은 더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사람들은 그 설원을 트레킹하며 이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 설벽 통로는 버스로, 800m 구간은 걸어서 이동

나는 숙소인 무로도 산장으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눈밭을 가로질러 400m쯤 떨어져 있었는데 등산객이 주로 이용하는 저렴한 숙소(1박 2식에 7000∼8000엔)였다. 다행히 길을 내두어 쉽게 찾았는데 가보니 산장은 3m 이상 쌓인 눈에 갇혀 겨우 출입구만 열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실내는 쾌적했다. 소박한 식사에 자그마한 객실, 사람 둘이 겨우 들어갈 만한 목욕탕도 있었다. 창은 눈에 덮여 열 수 없었다.

여기 종업원은 모두 20대 스노보더였다. 서너 명씩 두 개로 조를 이뤄 한 조가 산장에서 일하는 동안 한 조는 근처 눈밭에서 점프대를 만들면서 라이딩을 즐겼다. 나는 가져간 스키를 신고 보더를 따라 허벅지까지 빠지는 다테야마의 눈 기슭을 하이크업(걸어서 오르는 것) 했다. 다테야마 연봉의 자연 설에서 다운힐 하는 것이 오늘 내가 이 무로도 고원에서 숙박을 결정한 유일한 이유였다.

한 시간쯤 올라갔을까. 구절양장의 설벽 통로(산악도로)가 마치 뱀 한 마리가 눈밭에 가로 누운 것처럼 내려다보이는 높은 위치에 도달했다. 다운힐 목적지는 호텔에서 8.7km 거리의 미다가하라 설원. 나는 산기슭을 가로질러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적막의 설산에서 홀로 스키를 타는 이 기분. 다시는 시도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나는 가며 쉬며 주변을 둘러보기를 수십 차례 거듭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알펜루트 스키투어를 즐겼다.

1시간 후. 나는 안전하게 미다가하라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원버스로 무로도 고원의 산장에 돌아왔다. 그날 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저녁식사 후 별 생각 없이 산장 밖으로 나왔다가 보게 된 달빛 어린 설원 풍광이 그것이다. 고원의 눈밭 위로 교교한 달빛이 유려한 강처럼 흘러내리던 그 풍경. 눈밭에 반사된 달빛에 반짝임을 잃은 밤하늘 별들의 소곤거림이 아직도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이튿날 아침. 오전 8시 15분 출발한 첫 트롤리 버스로 터널을 통과(10분 소요), 다이칸 봉(2361m)으로 건너왔다. 다테야마 연봉을 기점으로 나가노 쪽의 남쪽은 도야마 방향의 북쪽과 달리 산이 가파르고 험준하며 골이 깊다. 그래서 로프웨이(우리의 케이블카)와 터널이 도로를 대신한다. 루트는 다이칸 봉에서 다네야마 로프웨이(1.7km·7분)로 구로베다이라(1828m)로 간 뒤 터널의 급경사 레일을 달리는 구로베 케이블카(0.8km·5분)로 갈아타고 구로베 호수(1455m)로 가는 여정이다.

호수에는 하얀 유빙이 둥둥 떠 있었다. 이마저 녹으면 유람선(30분 소요)이 운행될 터. 이 호수는 구로베 댐 완공(1963년) 후 협곡에 갇힌 물로 생긴 인공호수로 일본인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상징적인 호수다. 7년 만에 완공시킨 세기적인 난공사였던 데다 1960년대 이룬 일본 경제발전의 초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댐 건설을 소재로 영화까지 만든 사실이 그것을 말해 준다. 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역시 구로베 댐 덕분에 생긴 관광거리다. 이 거대한 댐(높이 186m 너비 492m)의 방류 광경은 그 자체가 관광거리다. 그래서 매년 두 차례(6월 26일, 10월 15일) 관광 방류 이벤트까지 연다.

○ 4월 17일 개통 첫날 찾아보면 평생의 감동

이제 알펜루트 여행길도 막바지다. 걸어서 댐을 건너니 댐 홍보관이다. 여기서 잠시 쉰 뒤 트롤리 버스(6.1km 10분 소요)로 터널을 통과하는데 나가노 현 경계 표시가 중간에 보인다. 드디어 나가노 현으로 들어온 것이다. 오기사와(1433m)에서는 노선버스가 연결되는데 종착점은 오이토선이 운행되는 시나노오마치(거리 18km)다. 그 도중에 하나타야마 고원(893m)과 오마치온천향을 차례로 지난다. 알펜루트 여행은 거꾸로 시나노오마치에서 다테야마 역으로도 가능하다.

올해 알펜루트는 4월 17일에 개통된다. 꼭 가보고 싶거들랑 개통 첫날 가보기를 적극 권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거대한 설원을 혼자 걷는 기분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체험이니까.

일본 도야마·나가노 현=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홈페이지(한글)=www.alpen-route.com ▽찾아가기 △항공로=인천∼도야마 직항(아시아나항공), 인천∼고마쓰 직항(대한항공) 2시간 소요. ▽숙소(무로도 고원) △무로도산장=www.murodou.co.jp

◇일본여행정보=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www.welcometojapan.or.kr

◇여행상품=다테야마 역에서 무로도 고원을 거쳐 구로베 호수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알펜루트 2박(도야마 시내 비즈니스호텔)3일형 자유여행. 39만9000원. 도야마∼구로베 호수 왕복티켓(1만2830엔) 별도.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070-7017-2270, 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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