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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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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것이 당신에게 들릴까. 새 소설집 ‘침대’에서 김숨(33) 씨는 일관되게 이 질문을 던진다. 작가 자신 “홀로 남겨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가 소설을 쓰게 했다”고 고백한 것처럼, 김 씨에게 ‘들어줄 대상 없음’은 중요한 문학적 모티브다. 작가의 고민은 현대인의 소통 불가능성 문제와 이어진다.
단편 ‘409호의 유방’의 등장인물은 낡은 아파트 409호의 입주자 부부. 오후 2시에 방문하기로 한 관리인을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실제로 말하는 것은 부인뿐이다.
“408호 거주자한테 양배추를 한 통 나누어 주었지요.” 침묵. “양배추가 어때서 그래요.” 침묵. “나누어 줄 거라고는 양배추밖에 없었어요.” 침묵.
단편 ‘침대’의 주인공도 ‘그들’에게서 침대를 지킬 것을 지시받은 여자이지만, ‘그들’과 ‘여자’ 사이에는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홀로 침대를 지키며 몸이 점점 작아지던 여자는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입안 가득 마카다미아를 쏟아낸다. 못 다한 말의 상징인 마카다미아처럼, 작가는 소설 곳곳에 판타지적 설정을 교차한다. 그것은 외양은 화려하지만 소통과 이해는 턱없이 모자란 현대와 닮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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