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해후한 무기수…장진 감독의 ‘아들’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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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아들’. 39세 무기수 아버지(차승원·오른쪽)와 고교 2학년생 아들(류덕환)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 제공 필름있수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아들’. 39세 무기수 아버지(차승원·오른쪽)와 고교 2학년생 아들(류덕환)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 제공 필름있수다
참 이상했다. 갑자기 눈물이 안 났다. 아버지 이강식(차승원)이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몹시 울고 있는데, 같이 울고 싶지 않아진 것이다. 이강식이 강도 살인으로 15년째 복역하다가 단 하루의 외출을 나와 아들 준석(류덕환)을 만나고 헤어지기 전에 추억이 깃든 기찻길을 함께 걸으면서 꺼이꺼이 우는데….

이강식이 처음으로 우는 장면은 준석이 아버지의 눈이 무섭게 생겼다고 말하자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 거울로 자신의 눈을 볼 때 나왔다. ‘아들은 내 눈이 무섭다고 하네요. 아들에겐 내가 그저 살인을 저지른 무서운 사람으로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나도 내 눈이 무섭습니다…’란 내레이션이 흐르고 이강식은 수돗물로 눈을 씻는다. 이강식, 아니 차승원의 눈이 무서울 수 있는가. 무섭기는커녕 ‘약하고 슬픈 눈빛’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눈 속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보고 있는데 그 아들이 무섭다고 하니 하도 기가 막히고 억울해 눈물이 났다.

그런데 15년 만의 하루가 끝나 가는데,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바깥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하는데,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과 옛날을 회상하다 꺽꺽 우는데, 눈물이 안 났다. 그것이 장진 감독이 치밀하게 준비한, 반전을 위한 숨고르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였다.

분명 ‘아들’(5월 1일 개봉)은 따뜻한 가족 영화다. 서른아홉의 무기수 아버지가 열여덟 고등학생 아들과 만나 보내는 특별한 하루. 장 감독은 특유의 유머 감각과 감성으로 이들의 하루를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아들’이란 말을 배우기 시작한 후로 듣는 말보다 안 듣는 말이 더 많은 자식이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뒤늦은 그리움 때문에 가슴으로 우는 자식이다. 그렇다면 차승원에게 세 살 때 헤어진 아들 류덕환은? 너무나 보고 싶은데 도무지 얼굴이 그려지지 않고 막상 만나니 낯설기만 한 존재다.

그러나 설렘과 떨림으로 만난 이들은 같은 핏줄이란 사실만으로 차츰 마음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따라서 15년의 ‘별거’는 아니더라도, 그만큼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살아왔다면 하루 동안 부자만의 휴가를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루는 짧은 시간이 아니며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영화 속 신부의 말처럼 하루 만에 하느님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만들지 못했지만(6일이나 걸렸다!), 낯선 부자가 진짜 부자처럼 되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장 감독이 마련한 반전이 뭐 대수인가.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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