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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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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소진(1963∼1997·사진)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그의 동료와 선후배 문인들이 10주기를 맞아 추모 문집 ‘소진의 기억’(문학동네)을 만들었다. 희귀하고 소중한 리얼리스트로 1990년대 문단을 들뜨게 했지만 서른네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 남은 이들을 황망하게, 오래도록 애틋하게 한 작가 김소진. ‘소진의 기억’은 그 작가를 아끼고 사랑한 지인들의 기억과 흠모로 가득하다.
소설가 성석제 씨가 처음 만난 김소진은 ‘운동복 바람으로 쉬다가 나왔는데도 모범적으로 보였던’ 사람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 생김새의 청년에게서 성 씨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 사이에 동화되었다 싶은 순간에 이화되는 소설가의 운명’을 느낀다.
고교 동창인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이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였다는 사실에서 저도 모르게 죽음을 예감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보고(김소진은 ‘눈사람…’ 발표 뒤 암 진단을 받았다), ‘눈사람…’의 배경이자 고인이 살았던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들러 젊은 죽음을 되새긴다.
작가의 그늘은 그를 직접 만나지 못한 후배 문인들에게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다. 소설가 김연수 씨는 치명적인 ‘뭔가’를 보리라는 예감에 고인의 병실을 찾지 못했다가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 갈 결심을 한다. 환하게 웃는 영정을 보고 돌아온 김 씨는 며칠 동안 몸살을 앓으면서 지극한 허망함을 느낀다.
대학시절 문예창작과 첫 과제로 쓴 단편이 우연히도 고인의 등단작과 닮았음을 알고는 고인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좋아했다는 소설가 천운영 씨. 빨리 소설가가 돼서 그에게 얘기해 줘야지, 했는데 김소진의 이른 죽음에 이룰 수 없는 바람이 됐다.
김기택 신현림 안찬수 시인 등이 신작시를, 전성태 윤성희 김중혁 씨 등이 새 소설을 보내 왔다. 고인과 직접 관련이 있든 없든 ‘가냘프게 보이면서도 안으로 모든 것을 갖춘 올찬’(소설가 함정임) 작가 김소진을 추모해 쓴 작품에는 따뜻한 정성이 스며 있다. 김소진의 기일인 21일 지인들은 경기 용인의 묘소를 찾아 이 추모문집을 묻고 올 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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