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100번째 작품 완성 기념 행사 열려

  • 입력 2007년 3월 29일 2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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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역사에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개봉(4월12일)을 앞두고 후배 영화인들이 존경의 뜻을 담아 헌정 행사를 마련했다.

29일 오후 7시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인들이 마련한 '임권택, 그 100편의 눈부심'이 바로 그것. '대한민국 영화계가 그에게 바침'이라는 가슴 뭉클한 문장이 그 밑을 장식했다.

이날 행사는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영화 관련 거의 모든 단체들이 뜻을 모은 '천년학' 임권택 감독 헌정행사 준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감독조합과 한국영화감독네트워크가 주관했으며 '천년학'의 제작사인 KINO2가 함께 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주요 감독과 배우, 영화인 3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지영 이명세 홍상수 봉준호 김대승 이현승 김영빈 양윤호 변혁 정윤철 감독과 배우 안성기 문성근 박중훈 강수연 이병헌 김주혁 김지수 고아성 박상민 강신일 오광록 등, 그리고 '천년학'의 주연배우인 조재현과 오정해가 참석했다.

이 자리의 사회를 자처한 박중훈은 "인생의 한 길을 가기도 힘든데 그것도 훌륭하게 잘 밟아오신 감독님을 위한 대한민국 최초이자 특별한 행사"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박중훈의 소개로 임권택 감독과 부인 채령 여사, 임 감독과 30여 년의 세월을 함께 한 정일성 촬영감독이 등장하자 객석에 있던 모든 영화인들이 일어나 거장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박중훈이 "감독님께 드리는 깜짝 선물"이라고 소개한 영상이 소개됐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인생에 대한 후배 감독과 배우들의 헌사와 임 감독의 영화 인생이 담긴 영상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영상을 통해 "100이라는 그 숫자에 대해 좌절의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존경의 뜻을 표현했다.

임 감독의 조감독을 오래 지낸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의 김대승 감독은 "왜 그리 오랫동안 조감독으로 일하느냐고 말하는데, 현장에 가면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이걸 배우지 않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겠느냐"는 말로 늘 새로운 영화 어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 임 감독의 영화 인생을 소개했다.

'씨받이' '아제아제바라아제' 등 임 감독과 작업한 영화를 통해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강수연은 "감독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연기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 이는 감독님의 기를 쭉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임 감독님 눈에서는 마치 레이저 빔이 나오는 것 같다"며 친근감과 함께 존경심을 드러냈다.

영상에서 후배 감독들은 자신들에게 미친 임 감독의 영향을 털어놓았다. 김대승 감독은 '영원한 스승'으로, 정두홍은 '영화 액션의 교과서'로, 조재현은 '소년'으로, 봉준호 감독은 '가장 젊은 감독'으로 노장이자 거장을 표현했다.

영상이 끝나고 난 후 안성기가 무대에 올라 축사를 했다. 안성기는 "감독님만큼이나 말을 느리게 하는 제가 축사를 하게 됐다"고 웃으며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가 안돼 그냥 무조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만 떠오른다. 감독님과 오랫동안 같은 시대에 살았고 영화를 했던 게 감사하다. 건강 허락하시는 대로 저희 곁에 계셔주셨으면 한다.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며 "채령 여사님께 다시 감사드리며, 정일성 감독님 역시 동반자가 돼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헌사를 한 봉준호 감독은 "고작 세 편 영화를 만든 제가 이 자리에 선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고 영광인데, 감독님 앞에서 감독을 사칭하는 한 젊은이의 재롱이라고 생각하셔달라"고 말해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봉 감독은 "외람된 말씀인데 고등학교 때 야한 영화인 줄 알고 '씨받이'를 보러갔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만다라' 등 많은 영화에서 영화적 화두와 함께 영감을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감독인 임 감독님이 영원히 촬영 현장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존경의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의 축사와 헌사가 끝난 후 감사패 증정식이 이어졌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과 이현승 감독이 감사패를 전했으며, 배우 강수연과 고아성이 꽃다발을 바쳤다.

임 감독의 영원한 파트너인 정일성 촬영감독은 "1978년 첫 촬영을 시작해 30여 년간 아픔과 좌절, 기쁨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좌절할 때 헤어지지 않고 격려를 해줬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다"며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직장암에 걸렸을 때 나를 일으켜 준 분이다. 100번째 영화를 찍은 감독에게 마음의 상패를 드린다"고 말해 후배 영화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부인 채령 여사는 "상을 꽤 타셨는데 지금까지 별로 내색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자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도록 한숨도 안 주무시면서 '과연 내가 이 상을 탈 수 있는 사람인가. 그 어떤 상보다도, 그 어떤 자리보다도 영화 인생의 최고의 자리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임권택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특유의 어눌한 어투로 이 자리를 만들어준 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제가 이런 좋은 자리에 서서 뜨거운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서 있게 된 것은, 제 인생에서 무엇을 해냈다면 그 3분의 1은 정일성 감독님이, 그리고 3분의1은 남들은 로또복권에라도 당첨됐느냐고 하는 제 마누라의 공"이라며 두 사람에게 공을 돌렸다.

임 감독은 "1980년대 국제영화제라며 기웃기웃거리고 다닐 때 해외에선 한국에 대해, 한국 영화에 대해 전혀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군사정권에서 영화 검열이 어떻게 이뤄지느냐는 게 고작 질문이었다. 이런 판에서 내가 영화 인생을 살다가 끝나겠구나 상심하기도 했다"고 소개하며 "그런데 요즘 밖에 나가면 한국 감독의 근황을 물어보고, 한국 영화 칭찬을 많이 듣는다. 진실로 가슴 뿌듯하다. 이런 시대에 나도 끼어 살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살아오길 잘했구나 라는 뿌듯함을 느끼고 여태껏 대한민국 영화계에 없었던 자리의 주인공이 '나'였고 칭찬 일색이어서 '그건 내가 아닐 텐테'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임 감독은 "정말 제 영화 인생이 큰 복을 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하게 해주셔 감사드린다"는 말로 인사말을 갈음했다.

헌정행사가 끝나고 난 후 '천년학' 첫 시사회가 열렸다.

한편 후배 영화인들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개봉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새로 상영 예정인 작품 중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천년학' 개봉일과 개봉 날짜를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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