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06년 英롤스로이스社설립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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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여온 롤스로이스 팬텀 14대를 공개합니다. 모두 영국 굿우드 공장에서 손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홍콩의 고급 호텔인 페닌슐라가 내놓은 보도자료. 이 호텔은 세계의 부호들이 묵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장 비싼 스위트룸의 하루 숙박비가 4만6000홍콩달러(약 560만 원)에 이른다.

그런 호텔이 최고 부자 고객을 위해 들여온 차라고 하니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14대씩이나? 롤스로이스는 ‘단일 주문량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소개했다.

팬텀은 한국에서 대당 6억5000만 원에 팔린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딱 벌어질 가격이다. 롤스로이스의 초고가 가격 전략은 한번 타 보겠다고 아무나 넘보지 말라는 얘기다. 자부심과 함께 오만이 엿보인다.

‘움직이는 궁전’ ‘달리는 호텔’ ‘귀족 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를 수식하는 말은 호화롭기 그지없다. 어떤 평론가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자동차’라고 했다.

롤스로이스에는 100년이 넘는 전통이 스며 있다. 가격과 함께 롤스로이스의 신화를 구성하는 요소다.

1904년 가난한 집안 출신의 엔지니어인 프레더릭 헨리 로이스와 귀족이면서 사업가였던 찰스 스튜어트 롤스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로이스가 만든 자동차 ‘로이스’를 롤스가 독점적으로 팔 수 있도록 약속한 것.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었지만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그들의 집념과 신뢰는 1906년 3월 15일 롤스로이스사(社)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때 내놓은 모델 ‘실버고스트’는 ‘세계 최고의 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 제조기술로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항공기 엔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영화(榮華)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집념은 독(毒)이 됐다. 지나친 연구개발비 탓에 재정이 부실해지자 1971년 국영화됐다. 2년 뒤 자동차 사업 부문만 민영화했으나 1998년 결국 BMW사로 넘어갔다. 영국 황실의 차가 독일 회사로 넘어간 것이다.

회사는 부침(浮沈)이 있었지만 롤스로이스의 명성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집스럽게 수작업을 고수하면서 모든 제작 과정을 책에 기록해 차와 함께 건네주는 장인정신의 결과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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