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원로들, 표절 막자며 출간한 책이 외국서적 표절 파문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1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조작 등 과학계의 부정행위를 바로잡자는 취지로 국내 원로 과학자들이 출간한 책이 외국의 관련 서적을 일부 표절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간된 ‘탐욕의 과학자들’(일진사·사진)의 300여 쪽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80여 쪽이 미국의 ‘Betrayers of the Truth’(1982년 발간)를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최근 이 원서를 번역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미래M&B)이 출간되면서 드러났다.

이 책의 번역자 김동광 씨는 “문장구조와 의미를 해석한 결과 의혹을 받는 부분의 80%가 원문을 표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번역서의 출판사 미래M&B 측은 “(‘탐욕의 과학자들’의 내용 중) 이집트의 과학 사기꾼 알사브티를 비롯해 갈릴레오, 뉴턴, 다윈 등 여러 과학자의 부정행위를 설명한 부분이 대부분 원서를 베낀 것”이라며 “저작권 계약을 하고 국내 번역 출간한 것은 이번 번역서가 처음이기 때문에 ‘탐욕의 과학자들’은 원서를 도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Betrayers of the Truth’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과학전문기자인 니컬러스 웨이드 등이 조작 날조 표절과 같은 과학계의 부정을 고발한 책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탐욕의 과학자들’의 공동 저자 4명은 민영기(천문학) 경희대 명예교수와 박택규(화학) 건국대 명예교수 등 국내 과학계의 원로여서 파문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저자 중 한 명인 윤창주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일부 교수들이 맡은 부분이 1989년 ‘겸지사’에서 번역 출판한 ‘배신의 과학자들’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가져다 쓴 것이 문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탐욕의 과학자들’을 낸 일진사의 관계자는 “처음 저자로부터 원고를 받을 때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며 “표절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미 책의 출고를 중단했으며 저자들과 상의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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