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음악영화 봇물 터진 듯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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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를 부르는 록 가수 봉달호(차태현)는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부르는 이 노래는 트로트도 록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일 뿐이다….”

스타를 꿈꾸는 흑인 여성 디나 존스(비욘세)도 소리쳤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뿐이에요.”

1927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부터 시작된 음악영화 역사는 올해 8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라디오스타’부터 시작된 국내 음악영화 붐은 전국 600만 관객을 동원한 ‘미녀는 괴로워’에서 만개했다.

15일 개봉한 ‘복면달호’가 개봉 첫 주 64만 명을 기록했고 22일에는 ‘드림걸즈’, ‘태양의 노래’, 3월 1일에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의 외화들까지 올해도 스크린 속은

가수들 세상이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음악영화. 록부터 트로트까지 추구하는 음악 장르도 다르지만 최근 음악영화 속에는 공통된 메시지가 숨어 있다.

● 그들은 ‘넘버3’

태어날 때부터 스타는 없다. 한때 잘나가던 뉴웨이브 밴드 멤버였지만 지금은 찾는 이 없는 삼류 가수(‘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알렉스)부터 지방 밤무대 록 밴드 보컬(‘복면달호’ 봉달호), 립싱크 전문 가수(‘미녀는 괴로워’ 한나), 오디션에 번번이 실패하는 초짜들(‘드림걸즈’), 심지어 태양 빛을 보지 못하는 병(색소성 건피증)에 걸린 소녀(‘태양의 노래’ 카오루)까지…. 모두 현실이 고달픈 넘버3들이다.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한물간 가수나 밑바닥 인생 등 스타가 아닌 사람들의 인간 승리가 더 극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로커가 왜 뽕짝을 합니까!”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던 ‘복면달호’의 봉달호도 트로트 스타가 된 뒤 “트로트, 참 맛있는 음악이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음악을 조롱

가창력 부재의 외모 지상주의(미녀는 괴로워), 트로트를 천시하는 분위기(복면달호), “음악은 상업용일 뿐이야”라며 상업적 성공에만 몰두하는 제작자(드림걸즈) 등 음악영화에는 현재 대중음악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왕년의 스타들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가 아닌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시청률을 높이는 ‘기계’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 준다. 또 1980년대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포크송을 10대 스타가 거친 신음소리 난무한 곡으로 바꾸는 등 아티스트 혼이 사라지고 감각적인 것만 추구하는 대중음악계 실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 무대는 ‘고해소’

실제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 그리고 등장하는 주인공들…. 그러나 절정에 다다른 분위기에 주인공은 난데없이 돌발 고백을 한다. 연인에게 사랑 고백하거나(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복면달호) 성형고백 같은 그간의 의혹, 과거지사를 털어놓고(미녀는 괴로워) 그간 대립했던 멤버에게 손을 내밀어 화합을 다지는(드림걸즈) 등 무대는 주인공들의 고해소이자 영화 속 갈등을 해소하는 장소로 나타난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은 “한 가수의 성장통을 담은 음악영화들은 무대만큼 극적인 장소도 없지만 작위적인 느낌도 들기에 마치 ‘양날의 검’같다”고 말했다.

● 음악이 곧 ‘대박’길

음악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주인공들이 부른 음악이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배우 김아중이 부른 ‘마리아’는 올해 초 각종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영화 흥행을 가속화시켰고 ‘복면달호’의 차태현이 부른 ‘이차선 다리’ 역시 영화 개봉과 함께 온라인 음악차트 10위권에 안착했다. 또 ‘드림걸즈’는 사운드 트랙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태양의 노래’에 출연한 일본 여가수 유이는 주제곡 ‘굿바이 데이스’로 35만 장의 싱글 판매를 기록하며 스타덤에 오르는 등 ‘음악=흥행’ 공식은 필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은 연기 못지않게 노래 연습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휴 그랜트는 1980년대 팝스타 알렉스를 연기하기 위해 한 달간 발성법과 피아노, 댄스 등을 전문가들에게서 지도받았으며 ‘듀런듀런’, ‘왬’ 등의 그룹 뮤직비디오를 보며 연구했다. ‘복면달호‘의 차태현 역시 한 달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으며 영화 개봉 전 노래 홍보를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등 노력을 보였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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