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65>不及人, 不爲憂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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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끔 초조해질 때가 있다. 집도 빨리 사야겠고, 공부도 잘 해야겠고, 승진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걱정의 근원을 잘 살펴보면 대개는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 대개는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부분에서든 나를 앞서가는 사람이 항상 있게 마련이므로,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 나는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

‘不及人(불급인), 不爲憂(불위우)’라는 말이 있다. ‘及’은 ‘다다르다, 미치다’라는 뜻이다. ‘及第(급제)’는 ‘어떤 등급에 다다르다’라는 말이다. ‘第’는 ‘차례, 등급’이라는 말이다. 이 말이 과거 시험의 합격점에 다다랐다는 의미로 변하여 사용되는 것이다. ‘波及(파급)’은 ‘물결이 다다르다’라는 말이다. ‘波’는 ‘물결’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떤 일의 결과나 영향이 점점 다른 곳에 다다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後悔莫及(후회막급)’은 ‘후회가 더는 다다를 곳이 없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더는 후회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莫’은 ‘더는∼할 곳이 없다’라는 뜻이다. ‘爲’는 ‘하다, 되다’라는 뜻이다. ‘爲人’은 ‘사람이 되다, 사람 됨, 사람 됨됨이’라는 뜻이다. ‘爲人이 훌륭하다’는 ‘사람 됨됨이가 훌륭하다’는 말이다. ‘憂’는 ‘근심, 걱정’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不及人, 不爲憂’는 ‘다른 사람에게 미치지 않는 것이 근심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부귀나 명예가 다른 사람만 못할지라도 이를 근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몫이 있다. 이러한 몫을 분수라고 한다. 사람은 이 분수에 따라 노력한 만큼 얻어가며 살아간다. 이를 ‘自足(자족)’이라고 한다. ‘自足’은 ‘스스로 만족한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自足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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