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중국서 여는 ‘뉴욕’전… 베이징PKM 개관 기념전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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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벤슨 작 ‘백조 조롱박(Swan Gourd)’
프랭크 벤슨 작 ‘백조 조롱박(Swan Gourd)’
한국의 PKM갤러리가 18일 중국 베이징의 신흥예술지구인 차오양 구에서 개관식을 열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최근 경제 성장에 힘입어 현대미술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표’, ‘아라리오’ 등 한국 갤러리들이 베이징에 진출했다.

베이징 PKM갤러리는 개관전으로 미국 뉴욕 ‘뉴 뮤지엄’의 수석 큐레이터 댄 캐머런 씨가 기획한 ‘New York, Interrupted’전을 마련했다. 전시에는 17명의 젊은 뉴욕 작가가 영상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선보였다.

‘가로막힌 뉴욕’이라는 전시 제목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뉴욕과 세계의 달라진 관계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캐머런 씨는 “일부 작품은 미국의 캐릭터에 대한 우울한 반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세계 미술 자본으로 자리 잡은 뉴욕의 미래에 대한 회의를 다룬 작품도 많다”고 소개했다.

전시 작품 중 로버트 보이드 씨의 ‘재너두’는 3채널 비디오로 9·11테러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 작품은 3개의 스크린에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등에서 드러난 혼돈과 인간에 대한 회의를 ‘백남준 스타일’로 토해 내고 있다.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작품도 많다. 프랭크 벤슨 씨의 ‘백조 조롱박(Swan Gourd)’은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부조화를 통해 미술은 인지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토니 페허 씨는 작품 ‘뉴 아메리칸 랜드스케이프 페인팅’에서 빈 페트병 같은 진부한 소재를 ‘미술’로 제시한다. 코리 아케인절 씨의 ‘스위트 식스틴’은 록밴드 ‘건스 앤드 로지스’의 콘서트 도입부에 나오는 16개의 기타 연주 장면을 두 개의 영상으로 병렬해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는 사실상 음악 작곡에 가까운 작품이다.

18일 개막식에는 미국 중국 한국의 미술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베이징에서 이처럼 현대미술을 대거 선보이는 것은 드문 경우로, 중국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PKM갤러리의 박경미 대표는 “세계적으로 소통되는 현대미술을 개관전으로 선정한 것은 갤러리의 지향점을 제시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현대미술이 곧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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