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씨“우연히 부른 日노래 한곡, 인생 바꿔”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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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사태 직후 정보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 나타나 ‘남자들은 다 도망갔는데, 용기를 내서 현장에 남아 있었다’면서 영양제라도 사 먹으라며 용돈을 줬다.”

가수 심수봉(51·사진) 씨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시리즈 기사에서 10·26사태 당시의 비화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얽힌 추억을 털어놓았다. ‘무궁화의 여인, 가수 심수봉의 반생(半生)’이란 제목으로 실린 시리즈는 심 씨가 구술한 내용을 이 신문 서울 특파원이 정리한 형식으로 게재됐다.

심 씨는 일본 여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를 익혀 아르바이트를 하던 레스토랑에서 불렀다가 그 자리에 있던 박종규(朴鐘圭) 당시 대통령경호실장의 눈에 띄어 추후 박 대통령의 만찬 자리에 불려갔다고 회고했다.

심 씨는 박 대통령의 만찬에 세 차례 참석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내가 ‘눈물 젖은 두만강’, ‘황성옛터’를 부르자 눈물을 흘렸다. 미소라 히바리의 ‘슬픈 술(가나시이 사케)’을 부르니까 눈을 크게 뜨면서 ‘어, 누가 일본 아이를 데려왔어. 너 일본 사람이냐’며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심 씨는 이 칭찬이 계기가 돼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 나가 ‘그때 그 사람’으로 가수 데뷔의 꿈을 이뤘다고 한다.

이 밖에도 10·26사태 당일 궁정동 만찬장에서 박 대통령이 오후 7시 TV 뉴스를 보다가 의원직에서 제명당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얼굴이 나오자 “정치인도 아닌 놈이…”라며 투덜댔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방송 출연이 금지됐을 때 박태준(朴泰俊) 전 총리가 쌀을 보내 주고 모임에 불러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도와줬으며, 지금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원의 후원회에 가입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박 대통령 비판론자들의 생각은 국민의 생활고를 구해 준 공적은 있지만 정신을 말살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이념이 첫 번째, 생활은 두 번째로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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