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쓰지만 노래는 달아요”…9월 한국공연 웨스트라이프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코멘트
15분간의 전화 인터뷰 내내 머릿속에 떠오른 음식이 있다. 바로 쌈장 푹 찍어 바른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음악 얘기부터 인생 얘기까지 오랜 친구처럼 털털한 얘기를 꺼낸 그는 바로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보이 팝 밴드 '웨스트라이프' 멤버 키안 이건(26)이었다. "지금 뭐하고 있었나요?"라는 첫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저 자다가 전화 받았어요. 흐흐. 인터뷰 후에는 놀러 나갈 예정이에요. 여자친구 조디랑 승마하려고요."

스타답지 않게 "꽤 한가하다"는 냄새를 풍겼지만 그는 사실 영국 투어 중 얻은 짧은 휴가 중이었다. 이 영국 투어가 끝날 때 쯤 키안을 비롯한 4명의 멤버들은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다음 달 6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기 위해서다. 2003년 12월 공연계획은 불발로 끝났다. 자연스레 인터뷰는 한국 팬들에 대한 미안함부터 시작됐다.

#2003년은 미안해요

"2003년 공연 취소로 한국 팬들이 많이 화났으리라 생각해요. 정확히 잘 모르지만 우리에게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일이 진행됐던 것으로 기억해요. 우린 늦게 연락을 받았고 당연히 스케줄은 맞지 않았죠."

시무룩한 목소리도 잠시, 키안은 "이번 공연은 계획이 모두 잘 이루어졌으니 기대하라"는 말로 목소리를 높였다. 5년 만에 만나는 한국 팬들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그는 가수 보아의 기억을 더듬었다. 2002년 '웨스트라이프'의 베스트 앨범 수록곡인 '플라잉 위다웃 윙즈'를 그녀와 함께 부른 기억은 '한국' 하면 자연스레 나오는 듯했다.

"그 때 런던에서 만났는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노래, 춤 게다가 영어까지… 재능이 많은 친구였었죠. 지금 만난다면 늘씬하게 성장한 그녀가 우리 얼굴에 생긴 주름 개수 세고 있지 않을까요?"

#7년 동안 우린 변했어요

1999년 5인조로 데뷔한 '웨스트라이프'는 현재까지 13곡의 UK 싱글차트 1위곡을 발표했으며 정규앨범 5장은 모두 발매 첫 주 UK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5번째 앨범 '페이스 투 페이스'와 타이틀 곡 '유 레이즈 미 업'으로 앨범차트와 싱글차트 정상을 동시에 차지했다. 7년 간 이들의 인기는 변함이 없었지만 2004년 멤버 브라이언 맥파든의 탈퇴, 마크 필리의 커밍아웃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인생에 대한 시각이 좀 바뀌었어요. 갓 데뷔했을 때는 차트 1위가 목표였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음악은 더 이상 꿈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됐죠. 이제는 한 발짝 물러서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기르고 싶어요. 하지만 난 지금도 '웨스트라이프'의 키안인 걸 보면 여전히 음악이 전부인 남자 같기도 해요."

#4명 모두 행운아에요

키안은 "이번 공연에서 '마이 러브', '맨디' 같은 귀에 익은 히트곡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멤버들의 개인 무대까지 무조건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팬들은 인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도 아시아 공연이 매우 기다려져요. 공연 때마다 비디오 촬영을 하는데 얼마 전 2001년 한국 공연 모습을 봤더니 한국 팬들이 우리 노래 'I lay my love on you'를 어찌나 열심히 부르던지…"

어느덧 유럽 출신의 '최장수 보이밴드'라는 딱지를 부여받은 '웨스트라이프'. '아시아용 팝 밴드', '리메이크만 하는 그룹'이라는 악평도 두렵지 않다는 키안. 15분이 다다를 무렵 그는 마지막 소주잔을 비우듯 털털한 한 마디를 남겼다.

"에휴, 멤버 탈퇴나 커밍아웃 때문에 무진장 힘들었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변함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국 공연에 임해야죠. 이번엔 한국공연인 만큼 '웨스트라이프'가 아닌 '이스트라이프'로 변신해볼까요?"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