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지지고 볶고 싸우고 그러다 돌아서면 아쉬운 것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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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성격과는 정반대라 너무 힘들었어요.”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섹시하고 당찬 술집 아가씨 연아 역을 맡은 영화 배우 장진영. 박영대 기자
“제 성격과는 정반대라 너무 힘들었어요.”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섹시하고 당찬 술집 아가씨 연아 역을 맡은 영화 배우 장진영. 박영대 기자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장진영

배우 장진영을 만나러 가는 길, 얼마 전 그가 나왔던 TV 연예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그는 “(배우로서 자기 관리를 못하고) 살이 쪄서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 들어섰다.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딱 달라붙는 회색 스키니진을 입은 장진영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도대체 어디에 살이 쪘다는 걸까.

“저 5kg이나 쪘어요. 왜냐고요? 많이 먹으니까 많이 찌던데요. 제가 운동을 엄청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정도로나마 보이는 거죠.”

○‘징∼한’ 연애 이야기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연애참·18세 이상)에서 그는 당차고 도발적인 술집 아가씨 연아 역을 맡았다. 애인이 있는 갈비집 외아들 영운(김승우)에게 ‘한눈에 꽂혀’ 과감하게 연애를 거는 역할. 두 사람은 죽도록 싸우고 나서 다시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누는, 너무 솔직해서 징글징글한 연애 이야기를 보여 준다. 두 사람이 목까지 조르며 싸우고 걸쭉하게 욕하는 예고편은 화제가 됐다.

“감독님과 룸살롱 가서 아가씨들이랑 얘기도 많이 나누고 관찰을 했죠. 근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거기서도 그쪽 친구(아가씨)들 만나 보고.”

영화 속 사랑 얘기는 아름다운 순애보이거나 도시적으로 ‘쿨∼’하거나. 헤어질 때는 행복을 빌든지 ‘안녕’ 하며 가볍게 돌아선다. 그러나 진짜 연애란 게 어디 그런가. 삼류 드라마보다 유치하게 눈물 콧물 다 짜게 만들고 사람 진을 다 빼놓는 게 연애다.

“사실 연애가 가벼우면 안 되는데, 가벼워지는 순간이 오니까 참을 수 없다는, 뭐 그런 뜻인 거 같아요.”

○장진영 대 연아

연애를 몇 번이나 해 봤느냐고 묻자 “우후후” 웃더니 끝내 대답을 안 한다.

“전 연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연아는 어떻게 보면 참 순수한 인물이죠. 상처받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상처받기 싫어서 벽을 쌓게 되잖아요. 제가 그래요. 소심한 편이고 상처 받는 걸 두려워하죠. 그렇다고 상처받을까 봐 먼저 차 버리거나 하진 않아요. 아예 시작을 못해요.”

영화 속 연아는 동그란 눈을 굴리며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 하면서 마구 들이댄다.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는 장진영은 어색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한 성격인데 연아로 카메라 앞에 서면 ‘발가벗은 것처럼’ 부끄러웠다고. 몇 번이나 ‘다시는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번도 못해 본 일이라 은근히 신나기도 했다.

○음주가무? 욕?

“술 좋아해요. 주량은? 세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누구랑 먹느냐에 따라 다르죠.”

영화에는 음주가무 장면이 많다. 연아와 영운은 “야, 애들 다 불러. 한번 신나게 놀아 보자” 하며 친구로 나오는 탁재훈 오달수 남성진 등과 술 마시고 춤추며 논다.

“김승우 씨는 개구쟁이고 탁재훈 씨는 TV 모습 그대로예요. 압권은 오달수 씨. 우리끼리 노는 장면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혼자 100% 몰입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부르는지.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안 봐도 상상이 간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욕 퍼붓는 연기. 솔직히 친구들끼리 ‘작은 욕’은 해 봤지만 촬영 중에는 ‘큰 욕’을 입에 달고 살아야 했다. “처음에는 좀 부끄러웠는데 촬영장에서 욕하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듣고 감독님이 워낙 욕을 잘하셔서(?) 나중엔 되더라고요.”

‘연애참’은 그의 아홉 번째 영화다.

“이번 영화는…. 글쎄요. 어린 친구들보다는 사랑을 좀 해 본 사람들이 이해할 것 같아요. 그리 아름답지도, 신파도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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