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냐, 연예인이냐?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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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아나운서 드라마 출연’ ‘여성 아나운서 3인방 섹시 화보 논란’….

기자, 프로듀서와 함께 방송계의 3대 전문직종으로 꼽히는 아나운서. 그러나 요즘 여성 아나운서들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고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모델로 활동하며 연예인처럼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아나운서(announcer)나 엔터테이너(enter-tainer·연예인) 어느 한쪽으로 정체성을 분류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두 단어를 합성한 아나테이너(annotainer)로 불린다.

박지윤 KBS 아나운서는 다음 달 13일부터 방영되는 KBS2 수목 드라마 ‘특수수사일지: 1호관 사건’에 뉴스 앵커 역으로 출연한다. 윤영미 SBS 아나운서 차장은 지난달 끝난 자사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에 아나운서 팀장 역으로 출연했다.

KBS 강수정 아나운서는 저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오락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여걸식스’ 코너에 얼마 전까지 고정 출연했으며, 노현정 아나운서도 오락 프로그램 여기저기서 개그와 노래 솜씨를 뽐내던 스타 아나운서이다.

최근에는 방송 3사 아나운서 3명이 나란히 남성 잡지용 화보 촬영에 응해 사내에서 문제가 됐고, KBS 아나운서 출신인 임성민 씨는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모바일용 화보집을 냈다.

여성 아나운서들의 잦은 ‘외출’ 이유는 여성 진행자의 수요가 적어 다른 분야로 활로를 찾을 필요가 있는 데다, 단정한 아나운서 이미지를 깨고 망가지거나 섹시한 모습을 연출했을 때 갖는 상품성 때문.

방송가에서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경환 MBC 아나운서 국장은 “아나운서의 경우 연예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연변방송국의 김신애 아나운서는 22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야 놀자’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의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한국 여성 아나운서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장기적으로 아나운서의 입지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윤영미 차장은 “아나운서로 입사했어도 맡을 만한 프로그램이 적고, 프로그램 진행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며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시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아나운서의 연예계 진출에 대해 미디어 다음이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시대 변화를 수용하는 것으로 바람직하다’는 긍정적 의견이 50.2%, ‘방송의 품위를 훼손하는 일이다’는 부정적 의견이 46.9%로 팽팽했다. 뉴스를 진행하는 김주희 SBS 아나운서의 미스 유니버스대회 참가에 대해 네이버가 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조사에서는 ‘문제없다’(72.5%)는 의견이 ‘문제 있다’(22.3%)는 의견보다 우세하다.

문화평론가 김종휘 씨는 “아나운서를 채용할 때 탤런트나 화보집 모델을 뽑듯 외모를 중시하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누가 아나운서이고 누가 연예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이 같은 방송 환경을 감안하면 여성 아나운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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