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괴물’ 삼킨 ‘거평이’… 주말 영화대신 뮤지컬 공연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즐기는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출연 배우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즐기는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출연 배우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괴물’ 잡아먹은 ‘거평이’?

영화 ‘괴물’의 흥행 독주 때문에 다른 영화들은 극장 상영관을 잡지 못해 ‘배급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압구정 CGV에서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괴물’을 밀어냈다.

‘압구정 CGV’ 6개관 중 현재 괴물을 상영하고 있는 곳은 가장 좌석이 많은 1관(438석)을 비롯한 3개관. ‘괴물’은 압구정 CGV 개관 이후 처음으로 ‘매진’을 기록한 영화일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영화관 측은 11일부터 영화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금, 토, 일요일에 ‘괴물’ 대신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거평이)’를 가장 큰 1관에서 공연한다.

최대 영화 성수기인 여름철에 현재 최고 흥행 영화 대신 굳이 뮤지컬을 영화관에서 공연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관 측은 “좁고 불편한 대학로 소극장 대신 쾌적한 멀티플렉스에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객 서비스가 주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이유뿐일까?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꼭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괴물’의 티켓 가격은 7000원(주말 8000원). ‘거평이’의 가격은 3만 원(청소년 2만 원). 티켓 가격만 놓고 보면 공연의 티켓 가격은 영화의 4배. 좌석당 관객 4명을 앉히는 셈이다.

‘괴물’이 매진을 기록해 438석이 모두 팔렸다고 할 경우 회당 전체 매출은 306만6000원. 이에 비해 ‘거평이’의 경우 표를 팔지 않는 영화관 2층 사석(무대가 잘 안 보이는 자리)을 제외한 1층 305석만 매진돼도 회당 매출은 915만 원이 된다. 객석이 43%만 차도 영화 전석 매진과 맞먹는 셈.

CGV는 공연 관객 유치를 위해 서울 경기 지역의 CGV 20개 관에서 영화 예고편과 함께 ‘거평이’ 예고편도 함께 틀고 있다. 또 식음료의 반입이 금지된 ‘엄숙한’ 기존 공연장과 달리 음료는 물론 팝콘을 먹으면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CGV의 강현석 전략기획팀장은 “영화관의 공연장 ‘겸업’은 영화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며 “홈시어터 등이 발달함에 따라 영화관이 단순한 ‘영화 상영’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든 만큼 음악 공연, DVD 시사, 도서 발표회, 스포츠 중계, 코미디 쇼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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