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이디어를 찍는다…뉴욕타임스, 김아타씨 개인전 대서특필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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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타 씨
김아타 씨
뉴욕타임스는 12일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사진센터(ICP)에서 다음달 27일까지 열리는 한국 사진작가 김아타(50) 씨의 개인전 ‘아타 킴: 방송중(Atta Kim: On-Air)’을 집중 조명했다.

세계적인 사진전문 미술관 ICP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는 작가는 한 해 고작 한두 명에 불과하다. 한국인으로서는 김 씨가 처음. ICP에서 개인전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 세계 정상급 사진작가로 인정받는다.

김 씨는 수많은 관광객이 간단히 스냅 카메라에 담고 가는 뉴욕 타임스퀘어를 8시간에 걸친 장기노출로 찍었다. 그랬더니 타임스퀘어는 사람들의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는 버려진 영화 세트장처럼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성교를 하는 두 남녀를 한 시간에 걸쳐 겹쳐 찍은 ‘섹스 시리즈’는 뜻밖의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풍겼다.

뉴욕타임스는 ‘김 씨의 장점은 기술이라기보다 피사체를 다루는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장기노출과 이미지 겹치기는 19세기부터 실험돼 온 구식 기술이고 스기모토 히로시(杉本博司) 씨 등 유명 현대 작가의 특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여기에 피사체를 불교적인 상호연관(인연)의 개념으로 잡아내 그 기술의 한계점까지 밀고 나갔다.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씨는 창원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관심은 주로 문학과 철학이었고,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2002년 퀸즈뮤지엄의 ‘동아시아전’에서 ‘뮤지엄 프로젝트’란 작품이 주목을 받아 미국에 알려졌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얼음이 녹아내리듯 권력도… ‘마오의 초상’▼

김아타 씨는 ‘마오의 초상’이란 작품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얼음 조각을 만든 뒤 얼음이 녹아내리는 과정을 3장의 스틸 사진에 담았다. 첫째 사진에서 실물처럼 당당하게 보이던 마오는 둘째 사진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면서 추상화하기 시작하고 셋째 사진에서는 브랑쿠시의 조각을 연상시키는 앙상한 모습으로 변했다. 권력의 무상함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뉴욕타임스는 “얼음이 물로 변하는 과정이 이토록 볼 만할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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