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어렵고 힘들 때 더 힘이 되는 ‘가족’…‘식구생각’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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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구생각/윤문원 지음/246쪽·9000원·세종서적

어렵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 가족. 늘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 가치를 잊기도 하지만 굴곡진 세상살이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마련이다.

‘식구생각’은 그런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대기업 간부, 국회 입법보좌관 등으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저자가 수집한 얘기를 엮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이고 어쩌면 촌스러운 얘기처럼 보이지만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뭉클해진다.

딸은 전학 온 짝이 갖고 다니는 노란 책가방이 너무 갖고 싶었다. 창피해서 얼씬도 않던 장터에 가서 채소 파는 엄마한테 말을 꺼냈지만 바로 등이 떠밀렸다. “참깨 털면 그까짓 거 못 사줄까 봐”라는 아버지 말을 믿었는데 장대비가 깨밭을 쓸었다. “내 책가방…”을 중얼거리며 망연해하는 딸. 며칠 뒤 어머니가 느닷없이 고춧가루를 이고 외출했다. 저녁에 돌아온 어머니의 함지박엔 노란 책가방이 얹혀 있었다.

이렇게 소박하지만 푸근해지는 얘기들이 이어진다. 가출한 딸이 부끄러워할까 봐 신문 광고에 딸 사진 대신 자신의 사진을 실은 어머니, 부도를 내고 퀵서비스 일을 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전단지 돌리는 일을 시작한 아내, 사고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와 술독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 자살하려다 자기만 의지하는 동생이 눈에 밟혀 마음을 다잡은 형….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렇지만 그 느낌은 낯설지 않다. 가족이 있는 누구나 겪어 봤을 감정이기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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