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디세이]효리만의 스타일 무리?… 2집앨범 독창성 논란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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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여성에 대해 찬사를 보낸답시고 “복스럽다” “참하다”라고 말한다면 무시당하기 십상입니다. 어느덧 현대 여성들의 지향은 ‘복스러움’에서 ‘섹시함’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요즘 한국 대중문화의 ‘섹시 리더’ 중심에는 가수 이효리가 서 있습니다. 여성 그룹 ‘핑클’ 출신의 그녀가 섹시 스타로 거듭난 계기는 바로 2003년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10 minutes’ 덕분이었습니다. “10분 만에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며 그녀가 보여 준 관능미와 요염함은 ‘효리 따라하기’ 열풍을 만들어낼 정도였습니다. 이후 여가수들이 일제히 들고 나온 콘셉트가 ‘섹시’ 일색일 정도로 이효리 열풍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른 양상입니다. 지난달 발표한 2집 ‘다크 에인절’의 타이틀 곡 ‘겟야(Get'ya)’가 미국 팝 여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과 비슷하다, ‘깊이’라는 곡이 미국 흑인 여가수 시아라의 ‘원, 투, 스텝’과 비슷하다, 재킷 사진이 여가수 머라이어 캐리 앨범과 비슷하다는 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이효리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를 잇달아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이효리는 4일 생방송된 MBC ‘쇼! 음악중심’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신곡들을 라이브로 부르는 ‘컴백무대’를 가졌습니다. 새 앨범을 내놓은 지 꼭 24일 만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의 이효리만이 섹시 여가수는 아닙니다. 최근 ‘체크 온 잇’이란 곡으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5주 연속 1위를 차지한 흑인 여가수 비욘세나 지난해 일본에서 베스트 음반으로 15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고다 구미(倖田來未) 모두 자국의 최고 섹시 스타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새 음반을 발매해도 ‘누구 누구와 비슷하다’는 식의 구설에 휘말리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섹시 프런티어’를 자처합니다. 비욘세의 경우 여성 트리오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 엉덩이를 흔들며 부른 ‘부틸리셔스’나 정글 리듬을 힙합과 접목해 발표한 ‘루즈 유어 브레스’ 등 늘 새로운 스타일을 내놓아 데뷔한 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고다 구미도 12주 연속 싱글 발매라는 아이디어로, 새 싱글을 낼 때마다 일본 미국 인도 등 12개국 전통 의상을 갈아입으며 섹시함을 뽐냅니다. 물론 이들이 컴백 직후 라이브 무대에 서는 것은 기본입니다. 무대에서 과격한 춤을 추지만 한 손은 늘 마이크를 쥐고 있습니다.

이효리는 2집 콘셉트로 ‘터프함과 섹시함의 공존’, 의상은 ‘믹스앤드매치룩’이라며 화려하게 컴백했지만 정작 음악적인 평가는 1집만 못한 듯합니다. 한국의 섹시 스타 이효리에게 라이브를 기대하는 것, 그리고 ‘효리 스타일’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일까요?

“(비판조차) 그저 팬들의 관심으로 받아들인다”며 애써 의연해하던 그녀도 이제는 ‘진정한 섹시’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중의 시선은 냉철하니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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