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연기-지휘 완벽한 하모니…국립오페라단 ‘투란도트’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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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린 ‘투란도트’(22∼25일·사진)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첫째는 독일 유수의 하노버 국립 가극장 수석지휘자로 임명된 구자범의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라는 점, 둘째는 2003년 ‘투란도트’ 공연에서 검증된 울리세 산티키 연출의 프로덕션을 다시 올렸다는 점이다.

22일 개막공연에서 구자범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듣던 대로 많은 연습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가 자신감을 잃고 흔들리는 부분은 전혀 없었고, 구자범은 가수와의 앙상블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무리하게 가수의 행보에 맞추지 않고 오히려 오케스트라를 힘 있게 독려함으로써 탄력 넘치는 연주를 이어갔다. 심한 속도감이 감돌았던 1막 피날레는 그 예가 될 것이다. 큰 장면이 바뀔 때마다 관현악의 분위기를 일신시키면서 참신한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믿음직했고, 철학도 출신이라 너무 심오하게 분위기를 이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선입견에 불과했다. 구자범은 누구 못지않게 극의 클라이맥스를 역동적으로 부풀릴 줄 아는 지휘자였다.

산티키의 연출은 안정적이고 화려한 무대 장치를 잘 활용하여 군중의 배치와 동선을 효과적으로 처리했다. 특히 한국적 아름다움이 가미된 무용단을 눈요깃거리를 넘어선 공연의 핵심으로 부각시킨 점은 탁월했다. 다만 코메디아 델라르테풍의 산물인 핑, 팡, 퐁의 희극적 캐릭터를 살리려면 뭔가 더 장난스러운 장치가 필요했다.

칼라프 왕자 역의 신예 테너 신동원은 경탄할 만한 고음부의 두성 발성을 지니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뚫을 큰 성량과 중저음대의 매력을 보강한다면 큰 가수가 될 것이다. 투란도트 공주 역의 서혜연은 불같은 카리스마보다는 차가운 얼음공주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호연이었다. 풍요로운 음색임에도 리릭 소프라노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소화하는 류 역의 오미선은 이번에도 그 몫을 충분히 해냈다. 군중 역을 노래한 국립오페라합창단과 국립합창단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다는 찬사를 표해도 좋겠다.

유형종 오페라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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