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송기원/‘복사꽃’

입력 2006-02-09 03:03수정 2009-09-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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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

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

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

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

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

차마 첫정을 못 잊어 시집까지

찾아온 떠꺼머리 휘파람이

이제야 그치네.

- 시집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중에서》

행여 뉘 보랴, 치마 말기에 그림자마저 말아 넣고, 가분가분 고무신 들어 디디며 복사꽃 꽃그늘로 스몄건만, 뉘라서 나의 모습 나의 내력을 손금처럼 아시나요. 이명(耳鳴)처럼 들리던 휘파람 소리 가뭇없는데 ‘하르르, 하르르’ 바람도 없이 지는 복사꽃잎은 무슨 까닭인가요. 아, 떠꺼머리 내 님이 숨결로만 오셨나요. 봄날은 짧다지만 필생을 되읽고말고요. 우표도 없이 쏟아지는 저 팔만 사천 장 복사꽃 편지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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