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빗소리 들으니 문득 삶이 아름답네… 밤비 오는 소리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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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비 오는 소리/이태동 지음/304쪽·1만 원·문예출판사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에게 글쓰기란 존재의 감옥에 갇힌 인간이 벽을 넘어서려는 간절한 욕망을 벽 위에 새겨 놓은 것이다. 그가 자신의 수필 중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수’만을 모은 이번 수필집에 실린 글들은 ‘수인(囚人)의 지문(指紋)’이라 할 만하다. 저자가 풍부한 예술적 감성으로 일상에서 발견해 낸 추억과 삶의 아름다움이 품격 있는 문체에 담겼다.

‘밤비 오는 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들리지 않는 소리다. 저자는 모든 것이 잠든 고요한 밤에 혼자 깨어 문밖에서 나는 빗소리를 들으면 ‘문득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와서 어느 종착역에 도착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향수를 실어다 주는 비가(悲歌)’인 밤비 소리를 들으며 저자는 슬픔이라는 그 순수한 마음을 통해 잃어버렸던 ‘최초의 행복’을 되찾는다. 그런 순간이 삶에서 몇 번이나 될까. 덧없으면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낸 저자의 차분한 글이 읽는 이의 마음을 아릿하게 한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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