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디너쇼, 혁명은 시작됐다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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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사진 제공 인우기획
장윤정 사진 제공 인우기획
《연말연시. 중년들의 엉덩이가 들썩인다.

“올해는 누구 보러 가지?” “어머님 좋아하는 이미자 어때요?” “나훈아도 괜찮지 않아?” “음식은 A 호텔이 맛있던데….”

디너쇼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직 12월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각 호텔은 디너쇼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인터파크, 티켓링크 등 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는 ‘디너쇼 모음전’ 코너를 따로 만들 정도다.

불황에 허덕이는 공연계에 디너쇼는 어느덧 무시할 수 없는 ‘특수’가 됐다.》

○ 중견-원로가수 위주서 장윤정 등 신세대도 무대에

공연계가 꼽는 디너쇼 특수 시기는 1년에 두 번. 어버이날이 있는 5월과 송년회가 있는 12월이다.

호텔 디너쇼 담당자들이 꼽은 섭외 1순위 가수는 시기별로 다르다. 5월의 경우 ‘효’ 이미지와 부합되는 이미자, 태진아 등이 1순위이고 연말연시에는 나훈아, 패티김, 조영남 등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형 가수가 인기다. 이들의 1회 공연 개런티는 대략 2000만∼5000만 원 선. 때에 따라 8000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가수도 있다.

디너쇼를 찾는 관객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따라서 이들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가 섭외 1순위가 된다. 최근에는 직장 송년회를 디너쇼로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나 디너쇼의 새로운 ‘관객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 디너쇼 담당자들은 이미 5, 6월경부터 연말 디너쇼 계약 물밑 작전에 들어간다. 주로 과거 ‘대박’을 터트렸던 디너쇼 가수나 히트곡이 많은 가수 위주로 섭외를 한다. 63빌딩 연회 영업팀 최규식(39) 과장은 “이른바 ‘디너쇼계의 1급 가수’로 알려진 경우 1년 전부터 ‘예약’ 경쟁이 벌어진다”며 “해당 가수의 집 앞에서 기다려 설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음식 역시 디너쇼 성공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대부분의 디너쇼 음식은 양식이다. 한식이나 중식의 경우 반찬 접시도 많고 음식도 빨리 식어 수백 명분을 만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수들이 직접 음식을 체크하는 경우도 있다. 3년째 나훈아 디너쇼를 주관하는 그랜드힐튼호텔의 연회 판촉팀 오수환(43) 팀장은 “나훈아 씨의 경우 중장년이 좋아하는 찹쌀떡이나 매콤한 소스 등을 직접 주문한다”고 말했다.

○ ‘디너쇼=호텔’ 공식 깨고 콘서트장서 개최… 떡볶이 막걸리도 나와

심수봉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세대 가수들도 디너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인조 그룹 ‘SG워너비’의 경우 7월 23일 신세대 가수로서는 최초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디너쇼를 가졌다. 1회 공연 500장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이 디너쇼에는 20, 30대 관객이 전체 관객의 60% 이상을 차지했으며 가족 단위 관객도 15%로 집계됐다.

‘SG워너비’의 소속사인 ‘GM 기획’ 측은 “야광봉 흔드는 콘서트장과 달리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길 원하는 젊은 관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 역시 데뷔 2년 만에 처음으로 내달 23일 디너쇼를 가질 계획이다.

디너쇼가 콘서트장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내달 9일부터 열리는 ‘7080 빅 콘서트’의 경우 ‘디너쇼=호텔’의 공식을 깨고 콘서트장에서 개최되며 스테이크 대신 막걸리, 떡볶이 등 가벼운 음식이 준비된다. 출연진은 구창모, 이명훈, 김학래 등 386세대 가수들.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연회 예약부 정중현(45) 차장은 “5년 후 디너쇼계에도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트로트 가수뿐만 아니라 이문세, 이승철 등 20, 30대에게 사랑받는 가수들이 새로운 디너쇼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12월 송년 디너쇼 모음
현미 디너쇼‘밤안개 현미의 밤’20일 오후 6시 반 서울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 14만∼16만 원. 02-561-6511
윤형주, 송창식,김세환 디너쇼21, 22일 6시 반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컨벤션센터. 14만∼16만 원. 02-317-3066
이미자 디너쇼‘모정―사랑하나’21, 22일 6시 반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18만 원. 1544-1555
나훈아 디너쇼22∼25일 6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 14만∼16만 원. 02-2287-8367
장윤정 디너쇼‘라이라이라’23일 7시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 15만∼17만 원. 1588-7890
‘어니언스’ 디너쇼23, 24일 6시 반 서울 여의도동 63빌딩 컨벤션센터. 14만∼16만 원. 02-789-5353
주현미 디너쇼24, 25일 6시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 비스타홀. 16만∼18만 원. 02-450-4327
심수봉 디너쇼31일 낮 12시 반, 오후 6시 반 서울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 15만∼18만 원. 02-784-8255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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