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인생의 길은 만들면서 가는 것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코멘트
1997년 11월 경제 환란이 닥쳐오고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에서 내몰려 거리로 나앉았다. 같은 해 12월 1일부터 매일 밤마다 손전등을 들고 청량리역에서 영등포역까지 걸어 다니며 쓰레기처럼 버려진 사람들을 돌보는 야간 사역을 진행했다. 자살과 동사를 예방하고 한 사람이라도 다시 일으켜 세워 가정과 일터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이 사역은 갈수록 많은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많은 사람과 희망을 나눌 수 있었다.

1999년 2월 어느 날 밤 나는 세찬 눈보라를 맞고 안면마비로 쓰러졌다. 야속하게도 이른바 풍이라는 놈이 오른쪽으로 온 것이다. 더는 야간 사역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고통과 절망과 함께 누워 세월을 낚아야 했다. 하나님은 긴 기다림 끝에 나에게 마음의 평화를 선물로 내려 주셨고, 그 고요한 마음 위로 새로운 비전을 그려 보여 주셨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장함 사역’의 시작이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쓰러진 후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불편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머리나 책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모양이다.

새로운 일의 시작은 딛고 일어섬의 기쁨과 함께 건강도 허락했다. 이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초조함과 절망감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하나님은 내게 밤낮으로 두 가지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선물로 주신 것이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절망은 없다. 포기해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칠지라도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시인은 “길이 있어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읊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는 것이 창조적 삶이다. 그것이 살아 있음이요 생명력이다.

안기성 목사·장함공동체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