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대를 움직인 생각들’…격동의 시대, 한국 지식인의 외침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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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사상계’를 창간한 고 장준하 선생. ‘사상계’는 광복 후 한국 지성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출판물로 꼽힌다. 사진 제공 KBS
월간지 ‘사상계’를 창간한 고 장준하 선생. ‘사상계’는 광복 후 한국 지성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출판물로 꼽힌다. 사진 제공 KBS
“우리는 화전민이다. 우리들의 어린 곡물의 싹을 위하여 잡초와 불순물을 제거하는-그러한 불의 작업으로써 출발하는 화전민이다.”

이어령 씨가 1957년 발표한 시론 ‘화전민 지대’의 한 대목이다. 당시 23세의 젊은 문학평론가였던 이 씨가 기성세대를 우상으로 규정하고 우상 파괴를 외쳤던 이 글은, 전쟁이 지식 사회에 가져온 파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광복 이후 우리 지성(知性)의 역사를 정리한 KBS1 다큐멘터리 ‘한국 지성사-시대를 움직인 생각들’이 26, 27일과 11월 2, 3일(밤 10시) 4부에 걸쳐 방영된다. 분야별 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를 바탕으로 지성사의 풍경을 그린 기획이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의 진행으로 한국의 주요 사상과 이론의 전개과정을 짚고 지식인의 역할과 사명을 성찰해 본다.

1부는 일제 강점에서 광복된 1945년부터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까지의 지성사다. 이념의 대립이 치열했던 해방 공간에서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했던 것은 ‘다 함께 잘 사는 나라의 건설’이었다. 좌파 사회과학자 백남운(1895∼1974)도 계급을 뛰어넘는 민족 전체의 결집을 꿈꿨으며, 우파 지식인 안재홍(1891∼1965)도 좌우의 이념을 아울러 경제적으로 균등한 통일국가가 세워지기를 바랐다.

이 씨의 ‘화전민 의식’에서 드러나듯 지식인에게 6·25전쟁은 과거와의 단절을 결단하는 계기가 됐다. 1953년 4월 장준하가 창간한 월간지 ‘사상계’는 설문조사 결과 광복 이후 지성 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저술로 꼽혔다. “2005년 현재 60대인 지식인들은 ‘사상계’가 낳은 아들”로 평가된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로 구성된 ‘사상계’ 편집위원회는 정치가 아닌 사상운동으로 국민을 깨우는 것을 지식인의 사명으로 받아들였다.

2부에서는 근대화와 민주화의 과제에 대한 고민이 진행된 1960, 70년대를 다룬다.

3부는 한국 지성사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1위로 꼽힌 5·18민주화운동(1980)을 중심으로 지식인의 논쟁과 실천적 행동을 조명한다.

4부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환경문제 등 다양한 담론이 전개돼온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지성사를 살펴보고 서울대 백낙청 명예교수, 고려대 김우창 명예교수 등에게서 지식인의 과제를 들어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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