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익스’ 멤버에 이상미만 있나요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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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2005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5인조 혼성그룹 ‘익스(Ex)’. 지난주 내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 2위를 오르내린 이들은 본보(20일자 A13면 참조)를 비롯해 각 언론 매체에서 앞 다퉈 기사화할 만큼 벼락인기를 얻었다.

그중 단연 화제의 인물은 ‘익스’의 보컬 이상미 씨다. 경북대 4학년인 이 씨는 자신의 입사 면접 낙방 경험을 토대로 멤버들과 ‘잘 부탁드립니다’란 곡을 만들었다. 예쁜 용모에 뛰어난 가창력, 여기에 아마추어답지 않은 무대 매너까지 갖춘 이 씨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보고 또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이상미 열풍’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상미 열풍’이 또 하나의 얼짱 스타 만들기의 재탕 아니냐는 우려다. 이 씨의 인터넷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누리꾼들은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노래보다는 이 씨의 사진을 사이버 공간 여기저기에 퍼 나르느라 바쁘다. 인터넷 팬 카페 이름도 ‘익스’가 아닌 ‘이상미 팬클럽’이다. 언론 매체의 기사 역시 그룹 ‘익스’와 그들의 노래가 아닌 ‘이상미 신드롬’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19일 ‘익스’ 멤버들과의 인터뷰 도중 한 멤버는 기자에게 “상미 말고 우리도 ‘익스’ 멤버예요”라고 말했다. 함께 땀 흘려 곡을 만들고 연습해 대상을 받았지만 막상 노래와 멤버들은 모두 사라진 채 오로지 한 사람 스타 만들기로 몰려가는 반향에 뜨악함을 느끼는 것이다.

대학가요제 심사위원들은 “‘익스’가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취업난, 청년실업 문제를 참신하고 발랄하게 표현해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익스’가 아닌 ‘이상미’에 쏟아지는 관심은 취업 현장에서 빚어지는 외모 차별이나 반짝 스타를 만들려고 채 여물지도 않은 신인을 소진시키는 한탕주의 마케팅의 또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익스’의 멤버 이상미는 “음악만 하고 살기는 어렵겠지만 취직하고 돈 벌어서라도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청년들이 패기도 품기 어려운 시대에 모처럼 태어난 청년문화의 스타 ‘익스’. 이들이 얄팍한 스타 마케팅과 대중의 저급한 관심에 실망해 꽃도 피워 보기 전에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범석 문화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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