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섭취 권장량 하한제서 상한제로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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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45·경기 성남시) 씨는 목이 붓고 통증을 느껴 며칠 전 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갑상샘(갑상선) 기능 저하. 건강보조제로 복용한 다시마 제품이 원인으로 이 제품에 들어 있는 요오드가 문제였다. 김 미역 등 해조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은 요오드를 과잉 섭취하기 쉽다. 한국영양학회(학회장 백희영·白喜英)는 요오드 등 18개 주요 영양소의 ‘하루 상한(上限) 섭취량’과 이를 포함한 44개 영양소의 ‘적정 섭취량’을 제시한 영양섭취기준(DRIs·Dietary Reference Intakes)을 처음 제정했다고 23일 밝혔다.》

1962년 영양권장량을 제정해 2000년까지 7차 개정을 한 한국영양학회가 시대적 흐름에 맞춰 43년 만에 ‘하한선(下限線)’에서 ‘상한선’ 개념으로 변경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영양섭취기준을 제시한 것. 상한 섭취량은 해당 영양소를 정해진 양 이상 섭취할 경우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성 수치다.

영양권장량은 제정 당시 굶주리던 국민의 영양 상태를 고려해 일종의 하한선인 최소 섭취 기준만 제시했다.

본보가 입수한 DRIs 확정안에 따르면 40세 남자의 경우 요오드는 하루 3mg(미역이나 다시마 약 3g을 먹었을 경우 섭취하는 양), 비타민C는 2000mg(토마토나 키위 20개), 철은 45mg(쇠고기 1.8kg)으로 정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타민 드링크제는 일반적으로 1병에 비타민C가 700mg 들어 있다. 하루에 드링크 3병 이상을 마시면 상한섭취량을 넘기는 셈이다.

필요한 영양소 섭취량은 연령별로 차이가 난다. 20대 남자가 필요로 하는 평균 에너지량은 2600Cal이며 30, 40대는 2400Cal, 50∼64세는 2200Cal이다.

비타민A의 경우 20대는 540μg(마이크로그램·우유 3컵 반), 30, 40대는 520μg, 50∼64세는 500μg을 필요로 한다. 상한섭취량은 20대 이상이 3000μg(우유 20컵)으로 같다. 1μg은 100만분의 1g이다.

나트륨은 20∼40대는 1.5g, 50∼64세는 1.3g을 필요로 한다. 고혈압의 위험이 큰 노인들은 짠 음식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 2004년 이화여대 김화영(金華泳)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중년층의 59%가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건강기능식품 중에는 다시마 제품처럼 특정 영양소가 집중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학회는 또 연령 키 몸무게 활동량을 고려한 ‘맞춤영양소기준’과 DRIs 기준에 맞춘 새로운 영양 식단도 제시했다.

이번에 정해진 DRIs의 상세한 내용은 학회 주최로 다음 달 3일부터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공식 발표되며, 앞으로 각종 국가 영양정책과 학교 급식의 기준으로 사용되며 5년마다 개정될 예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주스보다 생과일…김치는 하루 한끼면 충분

“이렇게 먹으면 건강해져요.”

한국영양학회가 영양섭취기준(DRIs)에 따라 처음으로 마련한 표준 식단은 한국인들이 놓치기 쉬운 영양소와 과다 섭취의 우려가 있는 영양소들이 고려됐다.

주식인 밥은 수수밥(아침), 흰밥(점심), 보리밥(저녁)이 제시됐다. 잡곡밥의 경우 흰쌀에는 식이섬유가 적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수수 보리 등을 넣은 것. 또 식이섬유를 보충하기 위해 과일은 주스 대신 생과일을 먹도록 권장했다.

국은 미역국, 뭇국, 얼갈이배춧국으로 정했다. 해조류와 야채류의 적절한 조화를 고려했다.

한국인이 먹는 식단에서 가장 부족한 영양소는 칼슘이다. 미국 DRIs의 칼슘 권장 섭취량은 하루 1000mg(추어탕 한 그릇에 담긴 칼슘은 700mg)이지만 한국인은 보통 하루에 400mg의 칼슘을 섭취한다. 칼슘 섭취가 저조한 이유는 한국인은 유럽 및 미국인들과는 달리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섭취가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

DRIs는 칼슘의 권장 섭취량을 청소년은 1일 800∼1000mg, 성인은 1일 700∼800mg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청소년과 성인에게 맞도록 식단을 각각 A, B로 나눠 A 패턴에서는 우유 2컵, B 패턴에서는 우유 1컵을 마시도록 했다. 실제 식사 이외에 칼슘을 500mg 더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지방우유를 하루 2잔 정도 마시는 것이다. 칼슘우유로는 1컵이면 된다.

반대로 나트륨은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 문제인 경우. 과다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과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 미국의 경우 나트륨의 상한 섭취량이 하루 2300mg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번에 상한 섭취량을 정하지 못했다. 한국인이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이 너무 많아 현실성 있는 상한 섭취량을 정할 수 없었던 것.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안대로 나트륨 상한 섭취량을 하루 2000mg 목표치만 제시했다.

흔히 즐겨먹는 라면 한 그릇에 들어 있는 나트륨양이 2200mg이며 칼국수는 3300mg이다. 김치와 젓갈에도 많은 나트륨이 들어 있다.

이번에 정한 식단에 김치가 한 끼밖에 들어 있지 않은 이유도 나트륨을 낮추기 위해서다.

서울대병원 주달래 영양사는 “곡류, 고기·생선류, 채소류 등은 같은 식품군 안에서 변화를 주며 식단을 짜는 게 좋고 가능한 한 싱겁게 먹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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