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개그맨 아버지 생신에 팬레터를” 호소에 누리꾼 감동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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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명 개그맨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생신 선물로 팬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인터넷에 올린 글이 누리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에 경찰, 의사, 형사 등 단역으로 출연 중인 무명 개그맨 한상진(45·사진) 씨의 아들 재성(27) 씨. 재성 씨는 11일 아버지 이름으로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마련하고 “아버지 생신(13일)을 맞아 조금 색다른 선물을 하고 싶은데 여러분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잠시 시간을 내 도와 달라”며 험난한 역정을 걸어온 아버지의 삶을 소개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19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현장에서 일한 것을 비롯해 개그맨 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한 끝에 1991년 KBS 개그맨 공채 8기에 합격했으나 아내가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족 모두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일, 어렵게 KBS ‘개그콘서트’에서 ‘수위’ 배역을 따냈지만 그 와중에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어야 했던 일 등.

재성 씨는 이어 누리꾼들에게 “아버지는 지금까지 팬을 가져 보지 못했다”면서 “아버지를 알아보시는 분들의 방명록이 담긴 미니홈피를 생신 선물로 드리려 한다”며 글을 남겨 줄 것을 호소했다. 아버지의 고단한 삶, 그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절절한 사랑은 누리꾼들의 가슴을 움직였다. 미니홈피의 방명록에는 하나둘씩 팬들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다” “아드님이 올리신 글을 보며 외동딸이라 매일매일 투정 부리고 떼쓰는 게 일인 제가 참 부끄러웠다”

“목표는 100명의 방문객”이라고 했던 재성 씨의 꿈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한 씨의 홈페이지에는 12일 밤 11시 현재 6만8000여 명이 방문했고, 방명록에는 5500여 개의 격려 메시지가 올랐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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