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미리 가보니…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서울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신원건 기자
서울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신원건 기자
《부지 약 9만2900여 평, 건물의 동서 길이 404m, 전시 면적8100평, 전시 유물 1만1000점….

서울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10월 28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박물관 곳곳에선 유물 진열, 패널 설치, 편의시설 및 야외 조경 작업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문을 연 이래 여섯 차례나 이사해야 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이

광복 60년 만에 독립된 전용 건물을 짓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새 중앙박물관은 어떻게 꾸며졌으며, 현재 준비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현장을 찾아 점검해 보았다.》

28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 ‘내비게이터’ 서비스 시연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개인휴대단말기(PDA)로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권주훈 기자

○연면적 4만600여 평… 세계에서 여섯 번째

박물관 마당에 들어서 진입로를 따라가면 한가운데에 거울못이라는 연못이 나온다. 그 뒤편에 성곽의 이미지를 표현한 한 동짜리 초대형 박물관 건물(지하 1층∼지상 6층·연면적 4만600여 평)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면적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 큰 박물관이다.

내부에 들어서서 중앙홀 오른쪽 ‘역사의 길’로 따라가면 좌우로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고 그 길의 맨 끝엔 최근 복원한 경천사 10층 석탑이 우뚝 서 있다. 역사의 길 지붕은 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 채광이 된다. 중앙홀 왼쪽은 어린이박물관, 기획전시실, 공연장인 극장 ‘용(龍)’, 시민교육시설, 사무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앞 거울못 오른편엔 각종 석탑과 종 등을 전시하는 야외 전시장이 있다.

○5개관·51개 세부 전시실로 나눠 배치

실내 상설 전시 공간은 고고관 미술관 역사관 동양관 기증관으로 나뉘어 총 51개의 세부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고대의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고고관은 구석기실 신석기실 고구려실 백제실 신라실 등으로, 미술품의 정수를 한데 모은 미술관은 불교조각실 금속공예실 도자공예실 회화실 서예실 불교회화실 등으로 꾸며진다. 한국 역사의 흐름을 보여 주는 역사관은 종교와사상실 사회경제실 왕과국가실 금석문실 등으로 구성된다. 새로 생긴 동양관은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인도 동남아시아의 문화재를 전시해 한국과 주변국의 문화재를 비교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27일 박물관을 찾았을 때 유물 전시는 거의 끝났고 설명문과 패널 설치가 한창이었다. 전시실 분위기는 일단 수준급. 불교조각실의 경우 약간 어두운 조명에 차분하면서도 격조 높은 분위기로 꾸며 관람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석불 뒷면의 유리창과 그 밖으로 비치는 나무 풍경의 조화가 신선하다.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과 신라 금관을 별도의 독립 전시실에 배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금속공예실의 경우 전시실 중간의 휴게 공간에 범종을 전시해 일반 관람객들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PDA에 입력하면 집에서도 볼 수 있어

전체 전시 유물 1만1000점을 관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대략 11시간. 한 번에 모든 전시실을 다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박물관 측은 다양한 관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명품 100선(약 2시간 소요), 명품 50선(약 1시간 소요), 어린이 테마 코스 등 12개의 관람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를 안내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개인휴대단말기(PDA)형 내비게이터. 한국의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최첨단 박물관 안내 시스템이다. 관람객이 PDA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이 PDA 화면에 관람 동선 지도가 나타난다. 그 동선을 따라가면 해당하는 유물 앞에서 음성과 화상으로 설명이 나오도록 되어 있다.

다시 보고 싶은 유물을 PDA에 표시(북 마킹 기능)해 놓으면 집에 돌아가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그 유물을 다시 보고 관련 내용을 인쇄도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박물관 진열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설명문을 베끼는 모습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물론 중앙박물관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박물관은 또 설명문의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어 함께 표기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은제도금타출표형병’은 ‘넝쿨무늬를 도드라지게 새긴 병’이란 설명과 함께,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은 ‘물가풍경무늬 정병’과 함께 표기하는 것이다.

○설명문 오류 등 일부 아쉬운 점도

실내 전시실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곳은 역사관. 전시 유물 1400여 점 가운데 약 90%가 고문서와 고서적류. 이들 모두 모양이 비슷비슷한 데다 한자로 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지루함을 느끼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박물관의 신광섭 역사부장은 “한국의 역사를 보여 주는 전시를 꾸미려다 보니 다른 전시실의 진열 유물과 중복되는 어려움이 있어 고문서류 중심으로 전시할 수밖에 없다”며 “대신 패널 등 각종 설명문을 재미있게 꾸미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자 백자 등을 전시한 도자공예실도 벽면을 따라 전시한 유물이 많아 밋밋하고 평면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것처럼 설명문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도 시급하다. 한영우 문화재위원은 “특히 한자(漢字)가 틀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면서 “어두운 전시실의 경우 설명문이 잘 보이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물관 건물 앞 화강석 바닥의 눈부심 현상도 개선해야 할 점. 400여 m에 이르는 바닥이 너무 하얘 햇빛이 비칠 때는 눈이 부신 데다 지루한 느낌마저 주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의 이영훈 학예연구실장은 “햇빛이 특히 강한 여름에 그런 문제가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 안에 녹지(綠地) 보완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체험 위주 어린이박물관 따로 마련

국립중앙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에 전시된 흙인형들.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의 신라 토우를 재현해 놓았다. 어린이박물관에선 삼국시대 악기 연주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옛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무얼 먹고 살았을까.’

새 국립중앙박물관 내에는 어린이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속의 작은 박물관인 것이다. 전시 공간은 약 340평.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전시 공간은 ‘따뜻한 집, 삶의 보금자리’(집), ‘쌀과 밥, 농사짓는 도구들’(농사짓기), ‘마음과 영혼의 소리’(음악), ‘무기와 무사들’(전쟁)로 나뉜다.

모든 코너에서 체험이 가능하다. 고구려의 집 모양을 본떠 고대 가옥을 재현해 그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했다. 고구려 부엌과 요즘의 부엌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빗살무늬토기와 반달모양돌칼을 직접 사용할 수도 있다. 영상물을 보면서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씨름을 따라해 볼 수도 있고, 신라의 왕관과 장신구를 만드는 코너도 있다. 고대인들의 악기를 만지고 연주해 보고, 삼국시대 노래방에선 향가 ‘서동요’를 목청껏 부를 수 있다. 야외마당에서는 선사시대인 불피우기 체험도 가능하다.

중앙박물관은 개관 직후부터 ‘족장회의’, ‘삼국시대 오케스트라’, ‘우리는 고고학자 가족’, ‘선사시대 농사짓기’, ‘감은사 탑 쌓아보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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