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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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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사적인 공간이 25일 오후부터 헐리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문화재청이 건물 보존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3층짜리 건물을 헐고 10층짜리 새 건물을 짓겠다는 소유주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한국증권거래소가 건물을 매입해 증권박물관 등으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서울 중구청과 함께 소유주에게 건물에 인접한 터의 용적률 완화, 세제 혜택 등을 제시하면서 보존을 권고했지만 소유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세기 초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철거된 사례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서울 연세대 내의 연합신학대학원, 강북구 우이동의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 고택, 종로구 부암동의 빙허 현진건(憑虛 玄鎭健) 고택 등 유서 깊은 건물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현행법상 국보나 보물, 사적 등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을 경우 건물주의 처분을 막을 별다른 대책이 없다.
물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매입해 보존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그러나 건물 가격이 420억 원인 옛 대한증권거래소처럼 수백억 원이 드는 경우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 건물 보존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해도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목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한 건축가는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이 직접 나서 증권거래소나 증권사 관계자들을 만나 공동 매입을 요청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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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다.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이 어딘가에서 또 다른 근대 문화유산이 파괴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중국에 있는 우리의 고대 문화유산의 훼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전에 국내에 있는 문화유산만이라도 살뜰하게 보존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에도 떳떳하게 할 말을 할 수 있다.
이광표 문화부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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