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부터 언어습득… 2살때 말문터져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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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에는 언어를 익히는 프로그램이 입력돼 있다.’아기의 언어습득과정에 대한 연구는 넘쳐난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들은 외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와 한솔교육문화연구원 장유경 원장, 이지연 박사 등이 학술진흥재단 후원으로 2002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3년간 8∼36개월 영유아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언어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는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끈다.》

○만2세때 하루 4단어씩 배워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많이 배운다=유아가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50개 단어를 습득하는 시기는 17개월이다. 이는 미국,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유아의 어휘가 갑자기 늘어나는 ‘어휘 폭발’ 시기는 23, 24개월 사이. 이때는 하루 평균 4개꼴로 새로운 어휘를 배운다. 그 결과 한 달 사이에 120여 개의 새로운 어휘를 습득한다는 것.

한솔교육문화연구원의 이새봄 연구원(오른쪽)이 언어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를 위해 아기의 말하는 모습을 캠코더에 담고 있다. 권주훈 기자

장 원장은 “이 시기에 어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언어학습 능력이 증가하는 것도 한 이유지만 이전부터 부모의 말을 들으면서 저장돼 있던 어휘들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말문이 터지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옹알이 시기(생후 3개월)부터 말을 많이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즉 부모는 아이와 대화하듯 눈을 맞추면서 말을 걸고, 아이가 옹알이 소리를 내는 동안엔 기다린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사용하는 어휘수가 16∼18개월에서는 1.5배, 19∼21개월에서는 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말을 잘한다는 일반적 견해와는 달리 이들이 사용하는 어휘 수는 차이가 점차 감소해 30개월 이후엔 남녀간의 차이가 없었다.

○‘짝짜꿍’ 알아듣고 ‘엄마’해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단어 배운다=유아들이 사용하는 어휘는 크게 두 가지. 표현은 안 되지만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어휘로 ‘이해어휘’와 실제로 유아들이 말로 표현하는 ‘표현어휘’가 그것. 이번 연구에 의하면 이 시기 유아들의 이해어휘수가 표현어휘수에 비해 3배 정도 많았다.

특히 8∼17개월 영유아 563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사용하는 어휘를 조사한 결과 이해어휘 중 가장 많았던 것이 ‘짝짜꿍’, ‘까꿍’, ‘빠이빠이’, ‘하지 마’, ‘잼잼’, ‘곤지곤지’, ‘아빠’, ‘뽀뽀’, ‘도리도리’, ‘안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엄마와의 놀이 동작 또는 ‘안돼’, ‘하지 마’와 같이 금지의 의미를 가진 단어들.

또 이 시기 영유아들의 표현단어로 가장 많았던 것은 ‘엄마’, ‘아빠’, ‘맘마’, ‘까꿍’, ‘멍멍’, ‘네/응’, ‘빠이빠이’, ‘물’, ‘까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어는 일상생활 용어, 사람이름, 음식이름, 소리나 동물이름 등으로 이 시기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어휘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아이들이 주로 습득하는 어휘내용이 미국이나 이탈리아 아이들이 습득하는 어휘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영어에서는 처음으로 습득하는 표현어휘 5단어가 대디(daddy·아빠), 마미(mommy·엄마), 바이(bye·잘가), 하이(hi·안녕), 어오(uh-oh·잘못됐을 때 감탄사) 순이며 이탈리아어는 맘마(mamma·엄마), 파파(papa·아빠), 바우바우(bau-bau·개 짖는 소리), 파파(pappa·식사), 논나(nonna·할머니) 등의 순이다.

○아이 말에 반응 보여주세요

▽언어발달 도와주려면=다양한 어휘를 사용해 말을 많이 해 주는 엄마의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더 많은 어휘를 사용한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어떻게 말을 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아이들이 말할 수 있도록 언어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아이들이 하는 말 혹은 소리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즉 ‘피드백’을 많이 하는 것이다. “정말 잘했네” “그렇구나” 등의 말을 해 주는 엄마의 아이들이 더 많은 어휘를 표현한다.

이러한 엄마의 피드백은 아이에게 ‘내 행동이 의미가 있다’ 혹은 ‘내 행동이 효과가 있다’라는 신호가 된다. 또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뿐 아니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도 “응”, “뭐라고?”라고 물어보는 피드백도 중요하다.

또 적극적으로 아이를 참여하게 하는 방식의 질문도 사용하자.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건 뭐지?”라고 물어보는 것. 이때 아이가 대답을 하지 못하면 엄마는 “그래, 그건 기린이야”라고 답하면 된다. 이외에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이름을 가르쳐 주면서 그것의 모양, 색, 기능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도 언어발달을 촉진시킨다.

가령 ‘이건 망치야. 못을 박을 때 사용하는 거야’라고 하는 것이다.

주인공의 감정이나 생각 혹은 이야기의 주관적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어휘를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휘발달에 도움이 되는 엄마의 행동은 아이의 연령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13∼24개월 아이는 “여기 봐”, “와”, “짠”과 같은 소리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의를 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휘발달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대해 이름이나 설명을 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벌’을 보고 있다면 엄마가 “벌이야”라고 말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25∼36개월은 어휘가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아이의 말에 대해 피드백을 하고 가능한 한 말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한솔교육문화연구원 장유경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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