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나는, 용사마” 뮤지컬 ‘겨울연가’ 오디션 현장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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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뮤지컬 ‘겨울연가’ 오디션 현장. 왼쪽부터 연출을 맡은 이종일 씨, 이유리 프로듀서, 드라마 ‘겨울연가’ 연출 겸 이번 뮤지컬 제작자인 윤석호 PD. 김미옥 기자
4일 열린 뮤지컬 ‘겨울연가’ 오디션 현장. 왼쪽부터 연출을 맡은 이종일 씨, 이유리 프로듀서, 드라마 ‘겨울연가’ 연출 겸 이번 뮤지컬 제작자인 윤석호 PD. 김미옥 기자
제2의 배용준과 최지우를 찾아라!

뮤지컬 ‘겨울연가’의 오디션이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렸다.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작 드라마의 명성 덕분인지 오디션 지원자는 신인부터 현역 뮤지컬 배우, 탤런트, 가수까지 320명이 넘었다. 특히 일본 최대 연예매니지먼트사인 ‘아뮤즈’의 오사토 요키치 회장도 내한, 이날 오디션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 오디션, 꿈꾸는 자유

“그 사람 잊는 게…그렇게 힘들어요?…하나만 물을 게요. 그 친구가 살아있었다면…지금도 유진씨랑 사랑했을까요….”

한 지원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배용준이 맡았던 남자 주인공 ‘이민형’의 대사 한 토막을 연기했다. 손에 든 대본이 바르르 떨렸다. “됐어요. 노래해 보세요.”

이 지원자가 준비한 노래는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의 삽입곡인 ‘지금 이 순간’. 이날 남자 지원자는 10명 중 7명꼴로 이 노래를 불렀다.

작곡가 김형석 씨는 “이민형 역은 성시경 스타일로 발라드를 부를 수 있는 남자를, 최지우가 맡았던 정유진 역은 린의 음색을 가진 여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노래’ ‘외모’ ‘연기’ 항목에 A+부터 C―까지 점수를 매기고 옆에 어울릴 만한 배역이나 특징을 적어 넣었다. 슬쩍 넘겨다보니 ‘제2의 용사마’를 향한 이 남자 지망생의 꿈은 심사위원들의 냉정한 평가에 좌절됐다. ‘앙상블.’

○ ‘용사마’는 어디에….

“민형 역에 애착을 갖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연습을 더 해서 다시 올까요?” “맹장 수술을 받긴 했지만, 노래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윤석호 감독님과 꼭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통통하진 않았고요, 연기에 필요해서 일부러 살을 찌운 건데 요즘 보니까 삼순이가 저를 따라서….”

‘지원의 변(辯)’ 못지않게 심사평도 다양했다.

“어차피 1000석 대극장에선 얼굴은 분장을 짙게 해 놓으면 그게 그거예요.”

“그래도 머리가 너무 커. 포션이 중요한데.”

“애들 연기는 역시 교수 따라 가. ‘장미희류 연기’ 같아 프로필 확인하면 어김없이 명지대더라고.”

프로 배우들도 오디션에선 떤다. 경력배우 특혜는 없지만, 체면을 고려한 ‘예우’는 해준다. 한 주연급 여배우가 반주 음을 맞추지 못하고 음을 높게 잡아 노래를 시작하자 심사위원들은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알아서’ 고음 직전에 끊어주기도 했다. 이날 오디션은 여자가 2배 이상 많았다.

이유리 프로듀서는 “여자 주연감의 재목은 좀 보이는데, ‘용사마’ 같은 남자 배우가 없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 윤석호 PD가 찾는 ‘제2의 배용준, 최지우’

드라마 ‘겨울연가’의 연출가로서 이번에 뮤지컬까지 제작하는 윤석호 PD는 일단 지원자의 ‘키’부터 봤다. 윤 PD는 “남녀 주연의 키는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라며 “구체적으로 이민형 역은 180cm 이상, 정유진 역은 165∼170cm”라고 밝혔다.

‘대중적인 호감도’가 있는 외모도 주요 고려 사항. 노래의 경우 김형석 씨는 “톱A음(도레미파솔라시도, 레미파솔라)까지만 올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오디션 결과와 최종 캐스팅은 7월 말 발표된다.

▼드라마 vs 뮤지컬…민형-유진 결혼식은 새 내용▼

드라마와 뮤지컬 ‘겨울연가’는 뭐가 다를까?

20부작 드라마를 2시간짜리 뮤지컬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주요 배역이 민형(준상), 유진, 상혁, 채린, 용국, 진숙, 민형 엄마, 상혁 아빠, 현장소장 등 9명으로 확 줄었다.

춤 등 ‘볼거리’가 필요한 뮤지컬 장르를 고려해 라디오 PD였던 상혁은 쇼 PD로, 수의사 용국은 무용수로, 패션 디자이너 채린은 안무가로, ‘백수’였던 진숙은 쇼 의상을 담당한 보조 디자이너로 직업이 바뀌었다.

시간적(겨울), 공간적(리조트) 배경은 드라마와 같다. 드라마에서 전반부를 차지한 고교시절은 초반 영상으로 간략히 처리된다. 갈등관계에서 채린이 민형이 아닌 상혁을 좋아한다는 설정도 큰 차이. 민형과 유진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내용도 드라마에는 없는 장면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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